[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도 올 상반기 중 2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의 영업점과 높은 인지도를 무기로 한 기존 은행들과 달리 IT(정보기술)로 무장한 무점포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금융권과 경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 인터넷은행 '투톱' 체계가 완성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통하는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늘어나는 한편, 비대면 금융거래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점포 없는 은행이란 이점은 금융거래 수수료 혁신으로 이어지고 고객 편의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기존 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터넷 은행의 서비스가 더 편리하고 혁신적이란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어 조만간 자본금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대부분의 거래가 전산으로 이뤄지는 만큼, 해커의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일 본인가를 받을 예정인 카카오뱅크도 케이뱅크에 이어 올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본격적인 영업 준비가 한창이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5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영위 본인가 결정을 내리면, 카카오뱅크는 최종 테스트 등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내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올 상반기에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두 곳이 출범하는 것이다. 두 은행은 점포가 없는 금융거래로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빅데이터 등 IT기업의 신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은 IT기업이 주도하는 은행인 만큼 과감하게 디지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정보통신(IT)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이후 중국 내 금융거래가 급증하고, 소비자 편의도 향상된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비대면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가 많아지면 이전보다 낮은 수수료로 양질의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다. 또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 은행들의 경쟁을 자극하는 '메기' 역할을 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기존 은행들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지만, 영업점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은 반면 인터넷은행은 태생부터가 디지털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은산분리 규정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대기업 등 재벌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은행 자본을 내 돈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부터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지난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은행법 개정안·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개 법안이 또다시 보류됐다.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율을 50%로, 특례법은 34%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영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6일 경기 성남 판교 H스퀘어 카카오뱅크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현장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행 준비 및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법안이 모두 통과되지 못하면, 현재 케이뱅크를 주도하는 KT는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지분을 4%(의결권 기준)밖에 보유할 수 없다.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또한 4% 이하의 지분에 만족해야 한다.
문제는 국제 기준에 맞추고, 대출 등의 영업을 진행하려면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준수하려면 초기 3년간 약 2000억~3000억원의 증자를 해야 하는 데, 그럴 수도 없다.
IT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상품을 출시하려 해도 지분이 미미해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여서 다음 국회 때 통과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선 정국이 시작돼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적지 않은 의원들이 은산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는 차치하고라도, 인터넷은행이 뚫어야 할 관문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기존 은행들이 제공했던 예적금·대출 상품보다 월등히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이용도 편리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출범 전부터 통신사와 연대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비대면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선수를 쳐놨기 때문에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이 장점으로 내세운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 ▲비대면 기반의 낮은 수수료 ▲소비자 개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 ▲공인인증서 폐지 등을 이미 몇달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SK텔레콤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상품 2종과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가 가능한 인증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보안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관건이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에 비해 보안 리스크가 클 수밖 없다. 대부부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커의 공격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이점을 잘 아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보안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영업 초기에 전산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동안 노력해온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도 통신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도입 초기에 전산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보안리스크가 부각돼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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