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두 번째 출석이다. 최 회장에 대한 조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 수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 회장 조사에 앞서 “일단은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혀 고강도 조사를 예고했다.
이날 오후 1시58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최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로 사면을 청탁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보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사면을 받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부탁했는지 등 질문이 이어졌지만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서둘러 조사실로 들어갔다.
오는 21일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재단 출연금을 지원한 재벌기업 총수 중 최 회장을 가장 먼저 불러 조사한 것은 SK의 출연금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가장 많이 확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수감 중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85억원, 12월 K스포재단에 43억원을 설립자금으로 출연한 뒤 그 대가로 특별사면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 수감 중 SK그룹을 운영한 김창근 당시 SK수펙스협의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의 공식오찬과 개별면담을 가지고 최 회장의 사면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김 의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한 지 한 달 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재단의 실질적 소유자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이며,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한 몸’이라고 발표했다. 특수본도 지난 11월 국정농단 수사결과 발표 당시 최순실이 두 재단 설립과 관련해 판을 짜면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재벌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출연금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 1월에는 재단 출연금 지원과 최 회장의 특사에 대한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가 법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김 의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13일 안 전 수석에게 “하늘같은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겠다.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식구들 대신해 사면복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SK의 재단 출연금 지원 대가로 최 회장이 특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 한 증거는 특검팀 조사에서도 발견됐다. 특검팀이 확보한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태원 회장과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의 대화 녹취록에는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숙제가 있다"는 발언이 포함됐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귀국’은 최 회장의 특사를, ‘숙제’는 재단출연금 지원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SK는 최 회장이 특사를 받고 풀려나고 두 달 뒤 재단 출연자금을 지원했다.
최 회장은 사면복권된 이후인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는 그룹 현안인 면세점 인허가 청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하며 사업권을 잃었지만, 지난해 4월 정부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주겠다고 공고를 냈었다. 검찰은 이 조치가 SK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지난해 11월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최 회장 소환에 앞서 지난 16일 김창근 전 의장, 김영태 전 위원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등 이 회사 전·현직 고위임원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수본은 이들을 상대로 18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했다. 재단 출연금 지원과 최 회장의 사면, 면세점 인허가 민원 등에 대가성이 있는지가 초점이었다. 특수본 관계자는 "김 전 의장 등에게 (특사·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최근 추가로 확보한 증거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날 최 회장에 대해서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 경위와 특사와의 연관성,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 혐의 입증의 주요 포인트인 만큼 최 회장에 대한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면, 면세점 사업선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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