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역습)이재명, 가장 선명한 해법…문재인은 '몸조심'
이재명 "사드, 메르스보다 더 위험…당장 철회해야"
문재인, "한·미 합의 존중…전략적 모호성 필요"
2017-03-10 06:00:00 2017-03-10 10:59:5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야권의 대선 구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모양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드 배치 절대 반대와 선명성 있는 해법을 내놓는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피력,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한가한 소리 한다'는 반감을 사고 있어서다.
 
이재명 시장은 야권 후보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함께 가장 분명하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그간 사드를 두고 "사드는 미국의 MD 체계(미사일방어 체계)의 일환이며,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이 첨병 역할을 하게 됐다"며 분명한 반대론을 견지했다. 심지어 그는 "사드는 메르스보다 더 위험하다", "사드 장비가 벌써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는데, 이게 자주 독립국가냐?", "다른 정치인들은 종북으로 몰릴까 봐 사드에 대해 말을 못 한다"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사드 배치 후보지인 경북 김천시와 성주군을 찾아 주민들과 직접 농성하며 현장 민심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야권에서도 '사드에 대해 갈지자 횡보'라는 비판에 직면할 만큼 애매한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탄핵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사드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외교적 노력들을 하면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월에는 "사드 문제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하며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기존 입장이 후퇴해버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더니 지난 6일에는 "전략적인 모호성을 필요한 순간까지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발언, 사실상 사드에 대해 어떤 대안도 없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물론 그는 이 발언 직전에 "국익이라는 것은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된다,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합의가 있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래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서 내부적인 공론화와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고, 대외적으로는 미·중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가뜩이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이 후퇴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마당에 나온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답변은 '한가한 소리 한다'는 비판을 듣기 딱 좋을 정도였다. 
 
더구나 문 전 대표가 꺼낸 '대외적 협의'와 '국회의 비준 절차' 등은 자칫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외교적 불가피성'을 언급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빌미로 삼아 사드 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어차피 사드 배치에 반대 안 하는데 지금 당장은 표 떨어질 것을 걱정해 말을 돌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야권에서는 이재명 시장, 심상정 대표 정도가 명확히 사드에 반대 입장이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호하거나 사실상 수용하자는 입장"이라며 "야권이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무능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일찌감치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입장을 정한 이재명 시장은 지난 8일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핵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이재명 프로세스)'까지 제안, 사드 해법은 물론 한반도 평화 아젠다까지 선점했다. 사드 문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조가 엉켜버린 다른 후보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프로세스는 첫 단계인 '모든 이해 당사자의 현상 즉시 동결'부터 '당사자 간 최고위급 국제협상의 조속한 실시', '포괄적 패키지딜 합의'로 이뤄졌다. 이 시장은 이를 통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중국은 경제보복을 유보하며, 미국은 전술핵 논의를 중단하고, 북한은 추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을 멈춰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핵 폐기와 북·미 수교 체결, 사드와 경제보복 동시 중단을 핵심으로 하는 패키지딜에 합의하고, 각 이해 당사국은 신뢰 조치의 이행을 상호 보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에 대한 이재명 시장의 분명한 노선은 경쟁 후보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맞물리면서 이 시장의 주가를 높이고 지지층까지 끌어모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행사에서는 '성 평등 디딤돌 상'을 받은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여성위원회'가 수상 소감 중 이 시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와 함께 싸워준 이재명 시장과 심상정 대표에 감사하다, 성주 오신 분들만 기억나서 다른 분들은 모르겠다"고 말해 동석한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또 지난 6일 이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열린 '전국 사드피해 상인 간담회'에서는 정인대 전국 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이사장이 "현재 민주당 후보 중 사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반드시 철회한다고 약속한 분은 이 시장뿐"이라며 "이 시장과 함께 '사드 배치 철회 경제살리기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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