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 없다"더니…당국, '사드 보복' 현실화에도 침묵
총리·부총리·외교장관 모두 "쉽게 보복 못한다" 딴소리
2017-03-05 18:11:44 2017-03-05 18:11:44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쉽게 생각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며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지난주 중국 국가여유국이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사드 후폭풍’에 대한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됨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과 소통을 강화화겠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중국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 등에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8일 한미가 주한미국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국의 보복 우려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 있다.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그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 측에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게 있을지에 대해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7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돼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고 있다.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산 비데가 중국에서 무더기로 불합격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지난달 19일에는 “경제와 무관한 것을 갖고 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나오면 우리로서도 정정당당하게 따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연결고리가 없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 한국 배치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롯데가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키로 한 것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경제 보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만 안일하게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구두 항의 말고는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인표 고려대 연구교수는 통화에서 “중국의 보복은 지난해부터 예견돼 왔고, 어찌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상대국의 대사를 소환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문제는 우리나라 대중국 무역이 흑자라는 점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다변화를 꾀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의 보복이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보복이 외교와 안보 분야로 확대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만한 국방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성주 사드 포대’ 정밀 타격 등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같이 갈등을 부추기는 중국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고위당정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상청동 총리공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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