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체제' 10년…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감독 부실' 논란
저축은행 사태·가계부채 문제도 소비자 보호 뒷전…야권 "금융위 해체하고 감독기구 강화해야"
2017-02-15 08:00:00 2017-02-15 08:06:59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구조의 금융당국 체제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금융당국 재정비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차기 정부 출범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면서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야권에서 힘이 실리고 있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은 금융위원회의 역할을 축소하고, 금융감독기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 아래 금감원' 구조, 견제·균형 깨진지 오래
 
현재 금융위원회의 뿌리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다. 금감위는 1998년 신설됐던 조직으로, 당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감독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분산돼 있던 감독기구를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고 금융감독원의 상위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를 뒀다.
 
금감위는 외환위기로 곪아터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금감위가 총괄하기도 했다. 10여년간 유지됐던 금감위 체제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됐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산업 진흥정책과 금감위의 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현재의 금융위원회를 신설했다. 
 
1998년 출범한 금감위가 10년 만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개편된 뒤 다시 10년 동안 금융시장의 관리감독을 해온 것이다.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을 금융위원회 한 기구에서 맡는 대신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임을 금지해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도록 했지만, 가계부채나 취업업종 부실관리에서 감독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각종 금융사고 때마다 거론됐다.
 
저축은행 사태(2011년)나 동양사태(2013년)도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 부실은 2010년 초부터 위험성이 거론된 시한폭탄이었지만 같은 해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정권이 구조조정을 미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금감원 임원은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에게 저축은행 사태를 이렇게 처리하냐고 한소리 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금융감독기구의 존재감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혼연일체'라는 명분으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감독당국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는 지적을 받았다.
 
작년 3월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됐을 때 실적경쟁으로 초반부터 금융권에서는 불완전판매가 판을 치고 있었다. ISA는 정부가 ‘국민 자산형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책상품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옥동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 제기되자 금감원에서 현장 검사를 나갔지만 제대로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자칫하면 정부 정책 상품에 금감원이 찬물을 끼얹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에서도 금감원은 한발 물러서 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2011년말 861조원이었던 가계부채 규모는 2012년말 900조원, 2014년말 1000조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었지만 금융위원회는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뒤늦게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가계부채 위험이 공론화하자 금감원이 집행한 것은 은행별 가산금리 적정성 점검에 나서는 수준에 그쳤다.
 
◇야권, 재편 밑그림…'감독기구 독립성 강화'
 
야권에서는 금융감독개편 방안으로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 진흥정책과 금융회사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이 앞당겨지는 분위기에서 대선 공약을 비롯해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생각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야권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기준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관련 내용 법안을 발의한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민병두 의원이 금융위원회 정책과 감독 분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두 의원은 금융감독체계 재편과 관련해 법안을 준비중이다. 민 의원안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를 이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금융감독기구를 독립적으로 두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 등을 맡는 시장감독기구를 따로 두자는 것이다.
 
최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금융감독위원회를 복원하거나 금융위를 금융부로 명칭을 바꾸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로 돌아가게 되면 현재 금융위는 금융감독정책을 만들고 의결하는 기구며 집행은 금융감독원이 하게 된다. 다만 기재부 조직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세부 방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준비 중인 법안에는 향후 정부조직개편 방안에서 논의돼야 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서 논의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오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위 해체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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