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기은 기타공공기관 유지…금융위, 안도
조기대선 등 현안 부담…"2018년에 공기업 전환 여부 재검토"
2017-01-25 18:38:52 2017-01-25 18:38:5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남으면서 금융위원회가 한시름 덜게 됐다.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전환해 관리·감독하려 했던 기획재정부의 계획이 대선 이후인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조기대선과 더불어 기재부, 금융위 재편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지정 문제를 다루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금융위는 산은·수은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업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마무리해 명예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두 시어머니 밑에서 고생해야 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던 산은·수은도 한시름 덜었다
 
기재부는 2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기업 지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기재부는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국회·감사원 등에서 지적한 경영감독 강화 필요성 및 대규모 재정자금 투입에 상응하는 책임성 제고와 경제여건, 구조조정 관련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8년에 공기업으로 변경 지정을 검토하겠다"며 국책은행에 대한 공기업 전환을 다음으로 미뤘다. 
 
조기대선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산은·수은, 기은의 감독 체계를 바꾸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형이 동생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한다는 세간의 비난도 현 체제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대선과 구조조정 현안을 앞두고 정책금융기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덕분에 산은·수은, 기은은 두 감독기관의 눈치를 보는 대신 구조조정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산은·수은에 대한 공기업 지정 여부를 2018년으로 연기했다. 사진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오
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이에 따라 산은 등 국책은행들은 현행대로 기타 공공기관으로 남아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게 됐다. 감시 수위가 가장 낮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남은 덕분에 이사회 운영이나 임원 임명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3가지로 분류되는 데,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기업성과 정부의 지원정도, 감독체계 강도 여부가 갈린다. 기타 공공기관은 별도의 감독체계 없이 공시만 하는 구조라 비교적 자유롭다.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는 등 강도 높은 감독에 시달렸겠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기재부 대신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경영 실적 평가를 진행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감독의 수위가 낮다는 평가다.
 
그 동안 기재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부실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이라며, 이들 정책금융기관을 상대로 공기업 전환 추진해왔다. 세 기관을 공기업으로 끌어올려 경영평가를 진행하고 예산을 통제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무려 5조원의 적자를 낸 탓에 정부는 추경을 통해 수은에 1조원, 산은에 2447억원의 재정을 쏟아 부어 이들의 부실을 메워줘야 했다. 이처럼 확실한 명분이 있었기에 해당 논의는 탄력을 받았다
 
마침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낙마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수장 자리를 유지해 수은 등 국책은행 공기업 지정설은 점점 더 확산됐고 형평성 문제도 한 몫 했다. 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은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는데, 같은 금융 기관인 산은과 수은, 기은이 제외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금융위의 반대 논리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공기업 지정이 통상 마찰 등의 부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들 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산은의 경우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출자 전환한 것을 놓고 미국과 유럽, 일본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도 정부가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며 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다는 시비에 휘말린 상태인데, 아예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매년 연례보고서에서 산은의 기업 지원이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자국산업 보호를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공기업 전환 반대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최근 들어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계획을 막고,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울러 구조조정 업종 등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자금 유예 등이 시장 자율에 의해 결정되다가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 시장논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 지정이 신속한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비난도 거세게 일었다. 세 기관이 공기업이 되면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기재부와 사전에 협의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자율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번 계기로 산은·수은, 기은은 혁신안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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