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비선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된 상황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인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친박 실세들의 ‘싹쓸이’식 보은인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7일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후임으로 김도진 부행장이 내정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김 부행장이 내부 출신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친박 실세’ 개입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부행장은 기업은행에 입사해 30년을 재직했지만, 대륜고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6일 “금융위가 행장후보로 내정한 김 부행장이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협력업체 회장과 14일 회동했다”고 주장하며, 친박 실세들의 인사개입 중단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위는 김 부행장 등을 후보로 내정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국 23일 1순위 후보였던 박춘홍 전무이사를 제치고 김 부행장을 행장으로 임명제청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현재 행장에 이어 서열 2위인 수석부행장이기도 하고 내부 평판도 좋은 박 전무가 밀리고 김 부행장이 낙점을 받은 배경에 실세들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인선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계속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대통령 임명직인 기업은행장을 비롯해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 인사가 대기 중이다. 일부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우리은행장 역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기업은행장 임명권 행사와 함께 다른 공기업의 인사권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개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은 “금융공기업 CEO에 대해서는 한시적 임기 연장 등의 법률 조항이 있는데도 청와대와 황교안 권한대행측이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며 “지금도 박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의 친박 인사들이 금융공기업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인사는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는 구조지만, 청와대가 점지한 사람이 되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기조라 정권 실세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지난 23일 김도진 기업은행 부행장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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