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거푸 TK 찾은 이재명 "나를 종북으로 몬 박 대통령이 원조종북"
2016-12-23 16:36:19 2016-12-23 16:36:1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북 안동과 상주를 찾았다. 지난 주말 울산과 경북 구미 등을 방문한 데 이어 일주일 새 두번이나 TK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 시장은 촛불민심을 타고 한때 지지율이 20% 가까이까지 치솟아 주목을 받았지만 탄핵 이슈가 수그러들면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문은 '야권의 TK 후보'를 자임하는 이 시장이 보수층까지 결집해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22일 이재명 시장은 안동과 상주를 방문해 시국 강연을 하며 TK 지지자들을 만났다. 이 시장은 지난 9월 중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후 줄곧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이상 지역 민심을 탐방했으나 이번 방문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이 시장 개인적으로는 탄핵 이후 첫 고향 방문이라는 의미를 넘어 '두메산골 출신-중졸 노동자-검정고시-사법고시 합격-기초 지자체장-대권 주자'라는 인생역전 스토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었다. 더구나 이 날은 하필 이 시장의 생일(1964년 12월22일생)이기도 했다.

다른 의미에서는 지난 주말 '야권의 험지'로 분류되는 울산과 구미, 대전을 찾아 지지층 외연 확대에 나선 데 이어 작정하고 연거푸 TK 민심 공략에 나섰다는 점이다. 안동 민심은 '안동 선비'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보수성이 강하고, 상주는 새누리당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특히 심한 곳이다. 상주 지역구(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인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77.65%라는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을 정도다.
 
22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북 안동시 가톨릭상지대학교에서 열린 시국 강연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병호 기자
 
이날 이 시장은 대대로 보수정당을 찍었으면서도 대대로 중앙에서 소외된 지역 민심을 공략하며 '진짜 보수'를 자처했다. 그는 안동 가톨릭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안동은 항일운동의 본거지로 대한민국 자부심의 근원"이라고 치켜세운 뒤 "TK가 박정희 대통령 이후 줄곧 보수정당을 지지했으면서도 지역적으로는 특혜를 본 일이 없다"면서 "기득권층은 다 서울 올라가서 수도권 집중, 지방 소외라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정치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빨갱이로까지 몰지만 보수의 가치인 '법을 잘 지키고 공정하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자'고 하는 저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라며 "불공평하고 부정의한 집단들의 독점과 특혜가 사라진 정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게 이 시대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또 TK의 주력 산업인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농업을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최저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등 농민들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일정 소득을 보장해 주는 농민 기본소득제도도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설명했다.
 
이 시장은 평소 복지확대와 공정경제를 강조하던 강연과 달리 이날은 보수성이 강한 TK 민심을 의식, '종북몰이'에 대한 보수세력의 공세를 맞받아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이 나라의 존속과 국민의 생명을 위해 안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남북 간 분단과 대치를 이용해 제 이익을 챙기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종북몰이를 하는 등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보를 노래하던 사람들이 선거에 불리하다며 총풍을 일으키기도 했다"며 "종북몰이에는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자신과 관련된 종북몰이 일화를 언급하며 "제가 종북이면, 박근혜 대통령은 원조 종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그 이유로 "보수세력은 제가 2010년 첫 시장을 할 때 민주노동당과 정책연대를 한 것, 이후 통진당원 2명이 소속된 청소업체에 용역을 준 것 가지고 저를 종북으로 몰았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4년 한나라당은 민노당과 정책 공조를 했으며, 종북단체로 몰린 청소업체는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저녁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북 상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시국 강연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병호 기자
 
이날 이 시장의 강연은 안동 가톨릭상지대학교 300여석 좌석과 상주 문화회관 500여석 좌석을 가득 채워, '야권의 절대 취약지역'이자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는 TK 민심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안동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마치고 퇴직한 김○○씨는 "'이재명, 이재명 하길래  어떤 사람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과격할 것이라는 인상과 다들 우려하는 것처럼 영 이상한 사람 아닌거 같고 생각보다도 좀 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한 보수 민심을 반영하듯 이 시장의 행보에 공개적으로 비토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안동 가톨릭대학교 강연에서는 청중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 시장이 셋째형과 형수를 상대로 욕설한 사건과 관련 "항간에 욕설 녹취파일 문제가 많은데, 시장님이 법원에 그 동영상을 비공개 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를 공개해서 국민들이 올바르게 검증을 받고 판단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이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상주에서는 이 시장의 강연 전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십수명이 문화회관 앞에 집결, "욕쟁이 시장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이 시장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안동·상주=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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