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6일 국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곳에 왜 불려왔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눈치였다. 대기실부터 일렬로 들어온 대기업 총수들은 청문회장에 들어오자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이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성태 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기 전까지 총수들은 3분여간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대기업 총수를 대상으로 1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지난 1988년에 열린 ‘전두환 정권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만이다. 총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이날 국회에 출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청문회장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을 보였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앞자리 가장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이 자리했다. 뒷자리에 허창수 GS그룹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앉았다.
개의 직후 허 회장이 대표로 연단에 서서 증인 선서를 했고, 나머지 총수들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증인 선서를 했다. 손을 들어야 하는지 서로 눈치를 보는 총수도 있었고, 이후 언제 손을 내려야 하는지 눈치는 보는 총수도 있었다.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는 점에서 어색한 모습들이 연출됐다.
이어진 질의에서 여야 위원들 대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을 호명하며 집중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고, 이에 이 부회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대부분의 질문에 “이번 일로 국민께...” 같은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위원들은 대답을 정확히 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정몽구·손경식·김승연 회장 3명은 고령과 병력으로 인해 오래 계시기 매우 힘들다고 사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에게 먼저 질문하고 답변한 뒤 일찍 보내드리자”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앞서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국회는 이미 취재진과 시위대, 국회 경호원 등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총수들이 국회 본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뒤편 출입구를 이용해야 된다.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본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은 수많은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이 몰리면서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입장하는 순간 반도체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 관계자들은 고성을 지르며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라고 외쳤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가장 큰 소란이 일었다.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정 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소리를 쳤고, 현수막을 펼치려하자 현대자동차 측 사설 경비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현수막을 빼앗는 등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총수들은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순간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언론 포토라인에 섰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어 조양호 회장이 아무런 말없이 본청으로 들어갔고, 허창수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김승연 회장은 본청으로 입장하면서 “총수들이 답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업이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허창수 회장도 기업들이 많이 얽혀 억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억울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바로 2층에 마련된 증인 대기실로 입장했다. 총수들이 대기실로 입장할 때 국회 경호원들은 한 명씩 총수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동승하며 의전을 했다. 또 국회 경호원들은 증인대기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이재용 부회장 등이 입장하자 문을 닫는 등 과잉 의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층 증인대기실 앞에는 오전 9시부터 이미 기업 관계자들이 총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업 법무팀장에게 서류를 전달하는 직원도 있었고, 증인대기실에 들어가 총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자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6일 개최한 청문회에서 기업총수를 비롯한 증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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