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21일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일체 거부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조사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발언은 박 대통령에게 대면조사를 압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특히 피의자인 대통령을 체포하거나 구인장을 발부하는 등 강제수사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이런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검찰이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의 가장 결정적 혐의는 ‘제3자뇌물수수죄’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물론 법조계에서 제일 먼저 거론됐고 치열한 논의 대상이 됐던 혐의다.
애초 검찰은 박 대통령과 기업, 최순실(60·구속기소)씨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로 범행이 진행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부담 때문에 전날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제출한 최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뇌물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최씨 등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죄 등을 우선 적용하고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 즉 최씨와 같은 정도의 또는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일각에서는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수사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영렬 본부장도 전날 “이번 공소사실 중 99%는 입증 가능한 부분만 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최씨, 기업들이 얽혀 있는 뇌물죄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도 같은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뇌물죄 혐의로 가장 무게가 실렸던 의혹은 삼성그룹이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설립자금과는 별도로 최씨 모녀에게 35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소장에서 드러난 KD코퍼레이션 사건은 보다 직접적으로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흡착제 제조·판매사 KD코퍼레이션 사장인 이모씨로부터 “현대차에 납품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듣고 안종범(57·구속기소) 당시 청와대경제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이씨는 최씨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친구 아버지이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통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의 자리를 만든 뒤 안 전 수석으로 하여금 KD코퍼레이션에 일감을 주라는 취지로 압력을 넣었다.
최씨는 이 대가로 이씨로부터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 1개와 현금 총 5162만 등 총 63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최씨는 또 박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떠날 때 이씨를 경제사절단 일행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꽂아주기 까지 했다. 제3자뇌물수익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박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도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이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도 하지 못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특별검사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도를)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정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못 박을 수 있다. 조만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을 방조 또는 묵인한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또 국정 농단의 또다른 축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최씨를 서로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입건된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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