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순실 게이트’에서 ‘국정농단’으로 확대된 이번 사건의 몸통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2차에 걸친 대국민 사과에서 자신과는 무관하다거나 “국가경제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수사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죄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법인, K스포츠재단 설립·모금을 위해 전경련을 도구로 기업들을 쥐어짰다. 일부는 최씨가 직접 기획했고, 안 전 수석은 최씨의 사업계획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거나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경련과 기업들에게 전하면서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전경련 소속 53개 기업은 최씨 또는 박 대통령의 지침대로 배분된 자금 총 774억원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자금으로 지원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까지는 박 대통령의 권력 전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검찰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20일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10대그룹 중심으로 대상기업을 선정한 다음 박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삼성 등 7개 그룹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이후 각 그룹 회장들에게 "박 대통령이 나흘 뒤 예정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단독 면담을 원한다"고 전했다. 기업들에 대한 단독면담은 7월24~25일 양일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7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3개 기업 총수를, 이튿날엔 같은 장소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재벌총수 각각에게 “문화, 체육 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 뒤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전화해 “청와대에서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대통령께서 회의에서 기업 회장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확인을 해보면 알고 있을 것이다. 재단설립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전경련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요구하는 동안 최씨는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해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이행상황을 보고받는 등 재단 인사와 운영을 장악했다.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는 기업들이 자금난 등으로 난색을 표하자 직접 나섰다. 그는 같은 해 10월 정호성 당시 청와대 비서관에게 “리쿼창 중국 총리 방한시 문화교류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양국 문화재단이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독려했다.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박 대통령 안 전 수석에게 기업들로부터 재단 자금을 독려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승철 부회장에게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킬 것”이라고 지시하고,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경제금용비서관 최모씨에게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최 비서관은 그해 10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청와대 행정관 이모씨, 전경련 사회본부장 이모씨, 사회공헌팀장 이모씨 등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한 정부관계자와 기업 관계자들에게 “10월 말로 예정된 리쿼창 총리 방한에 맞춰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고 출연 기업은 삼성·현대차·SK·LG·GS·한화·한진·두산·CJ 등 9개 그룹”이라고 지목했다. 이승철 부회장은 회의를 마친 뒤 전경련 사무실로 돌아와 급하게 재단설립 절차 등을 확인한 뒤 9개 그룹에 대한 출연금 분배 방안 문건 등을 준비했다. 이 사이 최씨는 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직접 면접을 본 후 선정했고, 재단이사장 등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 정관 등을 마련했다. 이렇게 탄생한 재단이 바로 미르재단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해 10월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사장과 임원진 명단을 넘기면서 "사무실을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 때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건넨 임원진 명단은 최씨가 구성한 그대로였다. 최씨는 그해 10월23일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김모씨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아직까지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고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후 박 대통령과 최씨가 롯데그룹과 현대차그룹, KT, 포스코그룹에서 거액의 자금을 받아낸 수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최씨가 바람을 잡거나 판을 짜고 대통령이 나서면 안 전 수석이 실행에 옮겼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 고위직 인사,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 등 문건 180건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했다. 이 가운데 국가안보와 외교, 경제와 관련된 비밀 문건은 총 47건이다.
최순실씨 등 공소장에 적시된 박근혜 대통령 혐의사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이날 구소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정호성 전 비서관과 공범관계라고 밝혔다. 출처/검찰 특별수사본부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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