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때늦은 가계부채 단속…서민들만 고금리 수렁
"주택대출 더 조여라" 압박에 시중은행 가산금리 인상
"은행권 고금리 정책, 금융당국은 방조하는 꼴"
2016-11-20 12:00:00 2016-11-20 12: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시중금리가 들썩이고 대출금리가 폭등하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확산되자 금융당국 수장들이 일제히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먹히지 않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이 사실상 이 같은 금리정책을 유도 및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에 대내외 변동성 확대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8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이후 당국의 압박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앞다투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특히, 은행들은 대출수요를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실제로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8·25 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연 0.02~0.15%포인트 높였다. 지난 17일 기준 이들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대출은 2%대 금리는 드물고 최고금리의 경우 5%대도 있었다.
 
물론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오르는 것은 '트럼프 효과' 요인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미국 국채 금리 등이 급등하자 국내 시중금리까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의 원가에 해당하는 금융채 금리가 오른 것은 트럼프 효과 때문이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주택대출 금리를 올린 것은 미국 대선이 있기 전부터였다"며 "연말 은행들이 주택대출 속도조절에 나섰는데 정부가 추가 압박에 나서면서 가산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수장들은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지난 9월보다 7조5000억원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서민·취약계층 지원 분야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되면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취약계층 고통이 커진다"며 "12월에는 서민금융을 집중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내년에는 금융·부동산 시장 여건이 불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금리 산정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작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빚 내서 집 사기를 권했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적 접근이 아닌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총량 조절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시중은행들도 시류에 쉽게 편승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측면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연말 가계대출 조절에 들어간 은행들을 압박하면서 금리정책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연말연시 고금리에 대한 부정여론이 올라가면 다시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요구가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원 사무국장은 "금융당국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먹히지 않고, 중장기적 관리방안 부재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차별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서민·취약계층 지원분야 간담회를 열고 유관기관 대표들과 현재 경제상황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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