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기업과 관련한 수사나 내사 정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순실씨 측에 은밀히 전달했다는 단서를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비리에서 직무유기로 번지던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공무상비밀 누설죄로 확대되면서 사건이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사정당국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에 대한 일부 증거를 확보하고 우 전 수석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전 사무총장은 삼성그룹 등 16개 기업으로부터 재단 설립자금 486억원을 자신의 통장 계좌로 전달받았다.
특수본은 전날 확보한 안종범(57·구속) 전 정책조정수석의 다이어리와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비밀누설 혐의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검찰의 수사 정보 등을 전달 받은 최씨가 재단 설립 자금 동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기업 압박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 본부장은 특수부 검사들을 추가 투입하는 등 특수본 인력을 곧 확대할 방침이다.
최씨가 우 전 수석이 전달한 기업 수사 정보를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모금에 이용한 것이 확인된다면, 최씨는 물론 우 전 수석도 공갈이나 협박의 공범이 성립된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그 전에 우 수석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됨은 물론이다. 복수의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 역시 최소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묵인했다면, 최씨, 우 전 수석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공갈·협박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 고위 관계자도 이날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이 나오면 우 전 수석 역시 수사할 것이다. 대통령도 조사해야 할 판에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7월27일 박 대통령과 독대한 기업 총수 7명에 대해서도 “합리적 수사 기법을 택하겠지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답변을 하면 소환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 17명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지원을 요구하고, 간담회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9월29일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한편, 특수본은 이날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한 의혹에 휩싸인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서, 마사회 사무실, 승마협회 사무실과 관련자 주거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는 정씨에게 거액의 경주마를 사주고, 최씨 소유의 독일 법인에 정기적으로 자금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사회와 승마협회는 정씨가 고교생활과 이화여대 입학에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뒤를 봐준 혐의다.
특수본은 또 현대자동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128억원을 지원한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박모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기업들을 상대로 한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을 나서고 있다.(왼쪽)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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