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2012년부터 주택수급 불일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택공급 과잉 수준이 대규모 공급과잉을 경험한 1990년대 초의 약 2배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권나은 결제연구팀 과장, 권상준·이종호 조사국 동향분석팀 조사역은 26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에서 "2015~16년 중에는 주택공급이 매년 49만호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규모는 가구수 증가대비 2.0배로 200만호 건설에 의해 대규모 공급과잉을 경험했던 1992~95년의 1.8배보다 높다"고 밝혔다.
통계청 추계 등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주택수요는 2011년 40만호 수준을 보인 이후 34만호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주택공급은 2012년 37만호, 2013년 40만호, 2014년 43만호, 2015년 46만호 수준으로 늘어왔으며 올해에는 52만호가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주택초과공급 규모는 2만호, 6만호, 10만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우리나라의 주택수요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주택수요층인 35~54세 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생산가능인구도 2017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OECD국가에 대한 분석 결과 고령층 인구비중 증가는 주거용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의 사례에서 증명된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주요 주택수요층인 35~54세 인구비중이 감소로 전환된 후 1990년대 초 지가하락 등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이 시작됐다. 정책당국은 금리인하, 주택구입 세제 지원 등의 정책을 쓰며 1990년대 중반까지 주택투자 호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주택공급 과잉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1990년대 후반 주택경기가 급락했다. 공가율(빈집의 비율)이 상승했고 체계적인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들의 은행거래 제한 및 파산 건수도 증가했다. 일본의 GDP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995년 15.9%에서 2005년 10.5%로 급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14년 발표한 '주택시장의 추세적 요인 분석: 일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서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과 유사한 인구구조 변화를 보이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고령화 현상이 우리나라 실질 주택가격의 추세적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을 2019년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국의 실질GDP 수준을 3.5%(2014~20년), 2.2%(2012~30년)로, 주택공급변수 증가율을 연평균 -4.0%(4.0% 하락)으로 두고 장기추계한 수치로, 올해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추계의 전제보다 낮은 2.7%다.
물론 일본의 추세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권 과장 등은 "1~2인 가구 확대, 멸실주택 증가 등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수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며 특히 소득향상, 재건축 활성화 등으로 멸실주택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의 연구에서도 "1990년 한국의 가구당 평균 인원수는 3.80명이고 일본의 경우는 2.97명이며 한국의 가구당 평균 인원수가 2.97명이 되는 시기는 2004년으로 일본과 비교할 때 약 14년의 기간 차이를 갖고 있다"며 "주택수요를 촉진하는 가구분화 속도는 한국이 일본 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구입 연령이 늦고 노후대비 목적 등으로 고령층의 주택보유동기가 높아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주택, 토지 등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하락하는 미국, 일본 등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한편 권 과장 등은 "우리나라는 건설자본스톡이 주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서도 건설투자 규모가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되며 사회기반시설(SOC)스톡 수준은 성숙단계에 진입한 데다 일부 지자체 의 경우 경제성이 낮은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투자의 효율성 제고 ▲노동생산성 개선 및 해외진출 확대 ▲유지보수 위주 전환 등 건설투자의 '질적 향상'을 이룰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에서 시민들이 입지조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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