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부·대기업 짜고치는 빅데이터 활성화?
2016-09-01 17:48:35 2016-09-01 17:48:3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1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 16층에서 정부 인사들과 대기업 임원들이 참석하는 '빅데이터 전문기관 지정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빅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금융보안원과 신용정보원의 사업 설명을 듣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파티를 방불케 했다. 이번 조치로 데이터 결합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두 기관만 거치면 신용+통신, 신용+보험, 신용+공공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정보를 융합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없었던 제3의 정보를 가지고 시장의 트랜드를 파악하거나 특정 집단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정보가 곧 힘인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정보를 가공·결합·제공하는 데 따랐던 제약이 사라진 셈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무서워서 데이터를 꽁꽁 묶어 놓았던 기업은 보따리를 풀어서 영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정부는 연말 평가 때 빅데이터 활성화를 성과로 꼽을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행복한 윈윈 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초대된 손님은 KB지주, 우리은행, 삼성화재, 신한카드, 카카오뱅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누구나 알만한 중견·대기업이다. 물론 빅데이터 산업의 특성상 데이터가 다량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중소기업이 논의 가운데 소외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 대기업에 비해 데이터 보유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대·중소 기업간의 상생을 도모하는 지원책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지원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부실하기 그지없다. 비식별화 조치와 빅데이터가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인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회성 교육 일정이 잡힌 것이 전부다. 교육만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비식별 조치 업무 자체를 대행해 주겠다는 방안도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 제도상 빅데이터 전문기관은 비식별 정보 융합 업무 만을 할 수 있다. 비식별 조치는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 결국, 데이터 보유량이 많은 대기업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의 주체가 되는 개인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개인들의 목소리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반영돼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는 기업과 그 요구를 제도화시키는 정부만 있을뿐 정작 개인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가공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다 해도, 개인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 지난 7월1일 정부가 내놓은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업은 사전검토-비식별조치-적정성평가-사후관리로 이어지는 4단계 과정만 거치면 개인정보를 이용 및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가이드라인은 해외와 비교하면 정부가 기업에 얼마나 큰 특혜를 준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은 아무리 노력해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만 빅데이터 산업에 쓸 수 있도록 해놓고, 이용시 개인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놓고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회는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이 정부에 공개 토론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정부가 왜 비판적인 목소리는 뒤로하고 일부 기업만 상대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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