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이하 누리과정 특별회계)' 신설을 꼽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중 교육세 부문(약 5조원 규모)을 따로 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방과후 학교 및 초등 돌봄교실 등으로 용도를 특정한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매년 반복되는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고육지책'이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관련법이 논의되지 않았음에도 예산을 편성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누리과정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 지난 26일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을 마련했다. 특별회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법률에 의해서만 설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특별회계 신설 방안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설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교부금 용도를 특정하도록) 법을 바꿔서라도 누리 예산을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재정교육교부금 재원은 관련 법률에 따라 내국세분 교부금(내국세 총액의 20.27%)과 교육세분 교부금 등으로 구성돼 각 시·도교육청에 '총액배분' 방식으로 교부된다. 각 시·도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정부는 그동안 교육기관·교육행정기관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누리과정에도 투입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유아교육법·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을 근거로 시·도교육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의무를 압박해왔지만,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여유 재원이 없고 시행령에 우선하는 상위 법률(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없는 내용이라며 맞서왔다.
지난 2월 국무회의 후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열고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19대 국회 당시였던 지난 3월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한선교 의원이 이를 이어받았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국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목적 교부금 방식으로 추진됐다가 특별회계 신설 방향으로 급선회했는데 정부로부터 설명을 듣기로는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식이 위헌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시도교육감에게 교부금을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만 배정하라고 하고 있지만 특별회계법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도 교부금을 배정하라고 강제하게 돼 하나의 법률 속에 있는 조문 상호 간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헌법상 입법원칙인 '체계정당성의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위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폭 확충'했다고 표현한 교부금 증액 규모(4조7000억원, 전년대비 11.4% 인상)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야당 관계자는 "교부금 총액은 내국세 비율 등에 따라 자동 배분되는데 (정부가) 내년도 세입 여건이 좋다고 하지 않았나. 그에 따른 자연증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제출된 한선교 의원의 특별회계 관련 법안은 한 차례 철회된 뒤 지난 26일 다시 발의됐다. 정부·여당이 '대야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본회의 자동부의 대상이 되는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지정을 요청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부수 법률안의 지정 권한은 야당 출신인 국회의장에게 있어 이 역시 사정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보육이 시작된 지난 7월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집에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