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재래시장이 먹거리·살거리·볼거리 제공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과감하게 옛 점포를 바꾸고 가계 곳곳에 창업의 기운을 입히는가 하면 젊은 상인들을 내세워 손님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우연히 시장을 방문한 50, 60대 어르신들도 스산했던 시장골목이 화려한 불빛을 내뿜자 왁자지껄 시장의 정을 느끼며 활력을 느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년상인 육성과 청년일자리 창출의 싹이 돋고 있는 재래시장은 앞으로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만들어 중국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여행 명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재래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청년창업가들을 통한 시장의 미래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재래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들의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들어와 창업의 둥지를 틀면서 시장이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활력이 넘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청년들의 특색 있는 아이디어는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재래시장의 살맛 나는 현장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침체된 전통시장에 청년들을 입점시켜 시장의 활력소와 청년들에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도 본격 실시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들에게 임대료와 실내장식 비용 등을 지원하며 시장 창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밀리며 쇠퇴해가는 상황을 반전할 카드로 청년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매출은 2010년 24조원에서 2014년 20조9000억원으로 줄었고, 전체 시장 점포의 9%인 1만8870여 개는 비어 있는 상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창업의 꿈을 접었던 청년들에게 전통시장이 기회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사업은 전통시장의 취약점을 상쇄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섵부른 창업은 되레 실패를 부를 수 있다고 경험자들은 조언한다. 창업이 전통시장이라고 만만치는 않은 것이다.
은평구 대림전통시장의 한 청년사업가는 "최근 재래시장에 청년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들은 젊은 세대 특유의 아이디어를 살린 핸드메이드 소품이나 먹거리로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 경험이 없는 청년의 창업활동은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와 실천이 필수적"이라며 "자칫 소중한 국비만 흘려보내는 꼴이 되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 대림전통시장. 최근 청년창업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재래시장 청년창업의 둥지 '새로운 명소'
요즘 뜨는 시장에는 청년들이 있다. 취업이 아닌 창업에 뜻을 둔 청년들이 재래시장에 둥지를 틀면서 재래시장이 새로운 명소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청년시장인 구로구 구로동의 ‘영프라쟈’, 마포구 연남동의 ‘동진시장’에는 일부러 찾아온 20~30대부터, 시장을 찾았다 우연히 방문한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이 종일 이어진다.
구로시장은 불과 1년 전까지 만해도 쇠락해가는 흔한 재래시장 중 하나였다. 1970~80년대 구로공단 전성기에는 젊은 직장인들이 몰리는 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에 밀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오래된 가게가 그대로 방치되고 화재까지 잇따르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한 시장 구석에 청년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2015년 1월. 당시에는 4개 상점으로 시작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지금까지 12명이 입점하면서 청년특화공간으로 성장했다
청년 상인들은 모두 고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꿈꾸던 이들이다. 구로구가 나서 3억6400만원을 투입, 공개모집을 통해 입주 상인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가게 보증금과 임차료 일부, 홍보 등을 지원했다. 구로시장 청년사업단 관계자는 “경제적 부담을 허덕이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영프라쟈는 기회의 공간”이라며 “지원 없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남아서 시장과 오랫동안 상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침체돼 있는 전통시장에 청년상인들이 입점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구 지역 내 전통시장 빈점포를 활용해 청년상인들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숨 불어넣는 청년
은평구가 전통시장인 대림시장에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혁신점포인 '청년 셰프몰'을 유치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유도한다. 청년 셰프몰은 대림시장과 이화여대와 함께 대학협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여 대림시장 내 청년셰프몰 3개 점포를 유치했다.
그 결과물로 지난 6월2일 청년세프 발대식을 갖고 그동안 조명,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8월1일 개점했다. 청년 셰프몰 사업이란 35세 이하나 셰프 경력을 지닌 45세 이하의 U턴 상인을 모집해 대림시장 내 빈점포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셰프몰 기획, 디자인, 브랜딩 연구 등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3개 점포 업종은 청년셰프가 운영하는 일식덥밥 전문점 '우마이 우동', 이탈리안 요리점 '이태리 총각'과 셰프경력자가 운영하는 호텔식 초밥전문점 'OK스시'이다.
청년 셰프들은 “중소기업청 지원사업이지만 창업 과정은 사방이 손톱 밑 가시 같은 장벽 투성이였다”며 “어려움을 한 자리에서 호소하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김칫국만 들이키고 끝나는 일회성 행정이 아니라 주민, 민원인들이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간부회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침체돼 있는 전통시장에 청년상인들이 입점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은평구 관내 전통시장 빈점포를 활용, 청년상인들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전통시장에 둥지를 튼 청년셰프몰. 점심시간을 앞두고 가게 주인들이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박민호 기자
뜻하지 않은 시장내 세대갈등도 발생해
반면 청년상인이 시장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과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전통시장에는 기존 상인들과 세대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부작용도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인천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 내 있는 청년 상점인 '청풍상회'는 기존 상인회와 갈등으로 폐업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살아난 경우다.
청년상인들은 3년간의 정부지원 종료를 앞두고 기존에 쓰던 건물의 정식 임대를 요청했는데 기존 상인들이 터무니없는 재계약 조건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기존 상인들은 젊은 창업자들이 아침에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하고 시장의 허드렛일을 맡아 하라고 요구했고, 청년들은 이에 반발해 소셜네트워크(SNS)로 이런 사정을 알리며 갈등이 깊어졌다.
이처럼 인천시의 강화풍물시장에서 청년상인들의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시장상인회와 갈등이 빚어졌고, 이후 서로 오해를 풀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시장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전통시장에서의 세대 간 갈등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이 끊긴 뒤 청년 창업가들의 자립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이 같은 갈등을 줄이고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의 취지를 살리려면 기존 시장에 녹아들 수 있는 청년상인들을 선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전국에서 잘나가는 전통시장의 공통점은 청년 상인들을 입주시켜 기존 상인들과 '신구 조화'를 통해 자생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개장 40여 일만에 '지역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1913송정역시장'은 바로 청년상인을 입점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재래시장은 진취성과 IT 능력을 갖춘 청년들이 점포를 내면 청년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은평구 대림전통시장에 위치한 청년셰프몰.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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