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생존기)①소규모 서점, 동네와 함께 책을 읽다
독특한 콘셉트로 독자 사로잡는 이색 동네서점들 인기
2016-08-08 16:00:00 2016-08-08 18:23:25
[뉴스토마토 김나볏·원수경 기자]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손쉽게 책을 구할 수 있는 시대다. 물량공세와 다양한 이벤트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대형서점들이 즐비하다. 공고한 대마불사의 시대, 서점도 열외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열악한 환경 속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소규모 서점이 다시 하나 둘 늘고 있어 주목된다. 
 
소규모 서점의 생존 키워드는 다름 아닌 '독서 인구 늘리기'라는 사명감이다. 서로 다른 독특한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출판시장을 말하기에 앞서 독서문화를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소규모 서점 주인 중 출판사, 서점 출신들이 많다는 게 그 증거 중 하나다. 음지에서 독서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수많은 독립서점 중 몇몇을 방문해 치열한 생존기를 들어봤다.
 
'고요서사', 동네와 호흡하는 진짜 동네 서점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자리 잡은 '고요서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인상적인 프로그램들을 내세우며 의미 있는 '독서 운동'을 진행 중인 서점이다. 2015년 10월 해방촌 오거리에 숍인숍 형태로 자리 잡았다가 지난 5월 같은 동네, 단독 공간으로 둥지를 옮겼다. '해방촌 문학 서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소설, 시, 에세이 중심의 책을 소개한다.
 
서점 '고요서사'. 사진/김나볏 기자
 
서점 이름은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와 좋은 책과 독서에서 비롯되는 '내면의 고요'를 떠올리며 지었다. 별다른 구획 없는 작은 공간에 큰 책상을 두고 앉은 서점 주인 차경희씨는 자신을 대표가 아닌 '서점 편집자'라 명명한다. 고요서사가 추천하는 책과 그 작품에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을 함께 즐기는 '북스&코르크',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열흘 간 릴레이 독서하며 한강 작가까지 이곳으로 발걸음하게 한 '릴레이 낭독'을 비롯한 책읽기 모임, 같은 동네에 자리 잡은 책방인 '별책부록', '스토리지 북&필름'과 함께 진행하곤 하는 '심야책방' 등 독특한 프로그램이 이곳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있다.
 
'고요서사'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독자가 아닌, 해방촌 이웃들과 실제로 교류하는 진짜 동네 서점이다. 서점을 방문한 날은 마침 '심야책방'이 진행 중이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서점 편집자가 공짜로 제공하는 샹그리아를 마시며 책을 들춰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해방촌 토박이"라는 주민들은 "우리 동네 서점이라 한 번 와 봤다"면서 동네 부동산부터 서점의 책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밤마실을 즐겼다. 
 
서점 '고요서사'. 사진/김나볏 기자
 
손쉽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동네서점은 아무래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차경희 고요서사 서점 편집자는 "동네 서점은 공간에 대한 매력이나 만족을 느끼시는 분들이 이용한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미리 주문하면서 '1~2주 안에만 받으면 돼요'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시간날 때 책을 받아간다"고 전했다. 또한 "대형 인터넷 서점도 모든 책이 당일배송되는 것은 아니"라며 대형서점도 2~3일 후에야 받을 수 있는 고등학교 워크북을 출판사와 면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좀더 빨리 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동네서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는 차경희 편집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서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미스터 버티고', 베스트셀러도 집계하는 동네 서점
 
경기도 고양시 일산 백석동에 위치한 '미스터 버티고' 역시 문학전문 동네 서점이다. 서울문고 반디앤루니스 출신인 사장이 운영하는 서점답게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미권 등 나라별로 정리된 서가에는 다시 작가별로 정리된 책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점 '미스터 버티고'. 사진/원수경 기자
 
일부 책은 '미스터 버티고'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띠지를 입고 있다. 최근 김민정 시인이 펴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는 "재미있는 시집이다. 진짜다. 정말이다. 몇 번이나 낄낄거렸다. 그래도 시집 맞다. 그래서 재미있는 멋진 시집이다"라는 문구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에는 "가능하면 술 마시며 볼 것을 권함. 그래야 무사히 나처럼 끝을 볼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한 쪽 구석에서는 신현훈 사장이 가지고 있던 책들을 중고로 판매하는 코너도 보였다.
 
1년 6개월 가량 '미스터 버티고'를 이끌어온 신현훈 사장은 서점 운영에 대해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커피도, 술도 그렇고 책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팔면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고 만든 공간"이라고 전했다.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서점을 운영하게끔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의 오래된 작은 책방들 같은 공간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서점 '미스터 버티고'. 사진/원수경 기자
  
서점 직원 출신답게 베스트셀러도 집계한다. 초기에는 베스트를 집계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이었다. 책들이 다 한두 권씩만 팔리면 5위까지 선정하는 것도 사실 힘든 상황이다. 신 사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집계하는데 10위까지 하는 것도 힘들다. 3~4권 팔려서 베스트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며 웃어보였다. 
 
북티크, 사회적 의제를 함께 읽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조금 더 큰 서점도 있다. 그래봤자 대형서점에 비한다면 지극히 영세한 공간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북티크는 위치부터 남다르다. 논현역 역세권에 자리잡은 이 공간 역시 전직 출판사 직원이 차린 공간이다. 출판사 시절,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했던 박종원 북티크 대표는 국내 독자층을 늘리는 것이 시장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방안이라 생각해 서점에 뛰어들었다. 사회적기업, 벤처의 성격으로 출발해 최근 서교점까지 내는 등 독립서점으로서는 나름 광폭의 행보를 하고 있다.
 
서점 '북티크'. 사진/김나볏 기자
 
북티크는 다양한 이벤트를 아울러 진행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독서모임을 가장 중심에 두고 있다. 혼자하는 독서보다 함께 하는 독서를 권장하고 있는 셈이다. 구비된 책들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책, 사람들이 함께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을 만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 중심이다. 실제 독서모임에 나왔던 이들이 추천을 한 책을 구비하기도 한다.
 
특색 있는 독서모임 프로그램으로는 '챌린지'가 눈에 띈다. 두 달 단위 시즌제로 돌아가는 이 프로그램은 독서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으로, 북티크의 설립 취지에 가장 걸맞는 모임이기도 하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의 분야, 권수를 정해 평소에 꾸준히 읽다가 주마다 열리는 모임에 와서 내용을 공유한다. 이밖에 '지적감성'이라는 책 모임도 있다.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주제를 다룬 책들을 골라 책을 조금 더 깊이 읽는 모임으로, 입문 독자보다는 기존의 독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심야서점'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데,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서점을 밤새 오픈한다.
 
서점 '북티크'. 사진/김나볏 기자
 
아쉽게도 독서모임만으로는 수익이 되지 않는다. 참가비와 커피값을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영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독서모임은 주수익원이라기보다는 북티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가깝다. 권임걸 북티크 논현점 점장은 "기본수익은 거의 음료에서 나온다. 그리고 가끔 대관행사나 큰 행사들이 있을 때 거기서 들어오는 수익들이 좀 있다"며 "논현점 같은 경우 확장보다는 유지하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새로 낸 서교점에서 좀더 다른 기획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짐프리', 여행자들을 위한 개성만점 동네 서점
 
'짐프리'는 여행자들의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서점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연결된 화장실 옆 쪽으로 '짐프리'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그 아래에 큰 캐리어 하나가 놓여있어 여기가 짐을 맡아주는 서점, 짐프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서점 '짐프리'. 사진/원수경 기자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들이 즐비하다. 일부는 책상 위에 누워있거나 책장에 꽃혀있고 일부는 벽에 걸려있다. 한 쪽에는 짐프리에서 선정한 여행책들이 모여있다. 카운터 뒤쪽과 구석에 있는 책상 아래에는 여행자들이 맡기고 간 짐 5개가 눈에 띈다. 한 시간 남짓 짐프리에 머무는 동안 독립출판물을 찾는 손님, 짐을 맡기고 가는 젊은 여행자, 독립출판 서적을 내는 것을 문의하던 여성 등이 방문했다.
 
이진곤 짐프리 사장은 IT개발자로 지낸 17년 간의 회사 생활 중 마지막 6년 정도를 여행작가로도 일했다. 여행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많이 아는 것이 여행 분야였다. 동네서점들이 대형서점에 밀려 없어지는 분위기 속에 여행서와 독립출판 전문 서점을 내기로 결심했다.  
 
이진곤 짐프리 대표. 사진/원수경 기자
 
짐프리의 '짐'은 실제 여행자들의 '짐'을 의미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짐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여행자들이 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진곤 사장은 "여행서적을 취급하면서 진짜 짐도 자유롭게 해주고, 여행 콘텐츠로 마음도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의미"로 이 공간을 마련했다. 손님 중 3분의1 정도는 외국인들인데 짐을 맡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나간다고 한다. 수익은 책 판매와 짐 맡기기가 반반정도를 차지한다. 다행히도 짐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책도 사간다.
 
자체 제작 콘텐츠도 있다. 여행 관련 시티가이드북인데, 지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을 가면 막상 두꺼운 책은 돌아다닐 때 가져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실제로 들고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 가이드북에는 주요 관광명소나 숙박지, 카페, 펍, 대사관 정보 표시돼 있다. 다른 가이드북처럼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 정리해놨고 전체 도시의 주요 여행지, 교통정보를 비롯해 주변지역에 대한 설명도 있다. 현재 런던, 파리, 로마 편이 있으며 바르셀로나와 하와이도 준비 중이다.
 
동네서점, 책읽는 문화 확산의 마지막 보루 될까
 
네 군데 서점 주인 모두 직간접적으로 입에 올린 말은 "수익은 아직까지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작은 서점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으로는 운영비용만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다. 수익이 나더라도 책보다는 음료나 기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동네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가치, 책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에 대한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권임걸 북티크 논현점 점장은 "사실 작은 서점들은 책을 파는 공간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찾아오시는 분들도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면서 “북티크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적으로 소통할 공간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나를 온전히 표현하고 내 생각을 가감없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장으로서의 서점,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서점이 '모임 주선자' 역할에 주목하는 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화전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진곤 짐프리 사장은 "우리는 책을 매개로 전시회도 하고 여행 중심으로 모임도 연다. 사진전도 여행 중심으로 하고 투어토크라고 여행자들을 데리고 와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투어토크나 전시회는 문화의 장을 만드는 의미가 있는 것이지 수익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작은 서점들은 이렇게 특화해서 하면 유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일반 동네서점들은 옛날 레코드 가게들처럼 5년이면 다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 읽는 문화 확산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자처하는 이들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위해 해결돼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있다. 특히 도서정가제나 공급률 같은 출판정책 문제는 소규모 서점 운영자들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신현훈 미스터 버티고 사장은 "도서정가제 이후 동네서점 지원을 위해 동네서점이 도서관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도서관에 납품하려면 서점연합회에 가입해야 한다. 연합회에 가입된, 참고서를 주로 파는 기존 책방들은 도서관 납품 수혜를 받고 있는데 지금 많이 생기고 있는 개성 있는 책방들은 여기서 소외되고 있다. 기존 서점들이 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 생기는 서점들이 소외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차경희 고요서사 서점 편집자는 "작은 서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기 전에 작은 서점을 왜 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공급률, 도서 정가제 등의 이슈를 이야기 하기 전에 작은 서점의 존재 의의에 대해 공론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차 편집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도서정가제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음악의 경우 음원이 전부 무료였다가 유료화하는 데 성공했던 게 음악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데 도서에도 이같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나볏·원수경 기자 freen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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