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경제민주화 과제로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빠져나가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회피 사례가 드러나면서 규제망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5일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적용되는 것으로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일감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기업의 지배력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편법 증여’가 발생한다는 비판에 따라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인 현정은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 'HST'와 '쓰리비'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며 총 12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진 2013년, 유예기간을 거쳐 법의 실제 효력이 발생한 2015년 2월 이후 이뤄진 첫번째 제재였다.
채 의원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총수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회사의 경우 20%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20% 이상'으로 단일화해 규제 대상을 넓히는 것이다.
또한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율 판단시 특수관계인이 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지분도 지분율 산출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장에 도입된 이후 규제 대상 기업들이 합병·주색매각 등을 통해 지분 보유 비율을 규제 한계선인 29.9%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채 의원은 개정안에서 규제 대상 기업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인정하고 있는 ▲기업의 효율성 증대(산업연관성이 높은 계열회사 등) ▲보안성(시설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있어 유용한 기술 또는 거래에 관한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경기급변, 금융위기 등) 등의 예외조항도 대폭 축소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김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 여부에 관계없이 10%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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