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수양하는 대학 주변에서 책을 파는 서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가 노는 곳에서 창업하는 곳으로'라는 주제로 신촌 일대를 취재하면서 3개 대학(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주변을 샅샅이 돌아본 결과 예상했던대로 대학 근처에서 서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서점보다 당구장 PC방 커피전문점 술집 등 유흥업소가 훨씬 많아진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학가가 유흥가로 변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연세대 근처 유일한 한 서점의 아저씨는 가게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대학은 학생들이 학문에 열중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요즘 학생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가 주변은 서점보다 주점이나 모텔로 여전히 가득했다. 대학가 유흥지역에 하나씩 교육과 문화, 창업을 위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이화여대 앞에서 찾을 수 있는 교육문화 공간은 거의 없었다. 학교 정문 근처에 서점 1곳과 쇼핑몰에 입주하는 영화관만이 있을 뿐 연극·음악 공연장 등 교육은 물론 문화적 공간조차 찾기 힘들다. 학교 앞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한 정비사업으로 대형 쇼핑몰만 들어섰을 뿐 정작 교육문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수와 학생들은 학교 앞의 유흥 시설이 학교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이를 개선하고자 하지만 특별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술집, 식당,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유흥가를 방불케했던 서울시내 대학가 주변이 올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새단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청년·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재생모델인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을 통해 술집, 모텔이 먼저 연상되는 대학가를 창업지원시설, 사회주택, 공원 등 청년 맞춤형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학가의 모습은 노는 곳, 먹는 곳, 마시는 곳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서울에는 대학 이름을 지하철역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이 31곳이나 된다"며 "서울의 대학은 교육의 산실, 도시의 핵심 거점, 시민의 삶과 밀착돼 있는 곳”이라고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정문앞. 차없는 거리에 생겨난 문화공간. 사진/박민호 기자
캠퍼스타운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육성’이 핵심 목표다. 대학이 학교 밖에 공간과 전문인력을 제공하면, 시에서 기반시설 설치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주요시설로 챌린지센터(창업지원센터)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아버지 차고를 창업요람으로 삼았던 것처럼 대학 주변의 빈 점포나 반지하 공간을 발굴한 ‘아차공간’ 등이 있다.
주거·문화공간도 생긴다. 낡은 고시원이나 여관·모텔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한 사회주택, 사무·주거 혼합형 임대주택인 ‘도전숙’ 등이다. 대학가 하숙집과 학생, 청년을 연결하는 ‘대학주거 박람회’도 개최한다. 다양한 공연이나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대중교통전용지구 또는 보행자전용거리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시는 2025년까지 125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창업·주거·문화·상권활성화·지역협력 등 5가지 목표를 종합 적용하는 ‘지역창조형’ 10개, 임대주택 공급이나 창업 컨설팅 강화 등 개별 사업 단위로 추진되는 ‘프로그램형’ 50개를 추진한다. 임우진 서울시 캠퍼스타운조성 TF팀장은 “현재까지 52개 대학 중 47개 대학이 사업 담당 교수를 추천해 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창조형 우선사업자로는 고려대 주변 지역이 선정됐다. 안암동 참살이길 근처에 만들어지는 ‘안암골 창업문화캠퍼스타운’은 하반기 준공에 들어간다. 대학들의 동참 의지도 높다. 서울시 실무자들은 시내에 위치한 52개 전 대학을 직접 방문하며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대학들의 88%가 캠퍼스타운 조성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46개 대학에서 거버넌스를 위한 전문가 MP교수를 직접 추천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캠퍼스타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장과 대학총장 간 의견교환의 장인 ‘대학-서울시 파트너십’을 올 하반기부터 연2회 진행한다. 또한 46개 대학에서 추천한 MP교수와 서울시 실무담당자들 간의 협의체 및 자문단을 운영해 캠퍼스타운 추진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 중 캠퍼스타운 조성추진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캠퍼스타운은 오늘날 서울시가 고민하는 청년실업과 청년일자리 문제, 지역재생과 지역경제의 활성화, 기숙사 문제와 역세권개발 문제 등이 모두 얽혀 있는 융복합적 도시재생사업”이라며 “캠퍼스타운 조성을 통해 지역의 균형 성장에 기여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형 창조경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지하보도에서 창업아지트로 변신한 '신촌창업카페'.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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