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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인천상륙작전', 군인의 숭고함마저도 우습게 만들다
2016-07-21 17:17:42 2016-07-21 17:17:42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신작 '인천상륙작전'은 약 180억원의 제작비에 배우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진세연 등이 출연하고 헐리우드 배우인 리암 니슨도 합류했다. 게다가 호기심 가는 소재인 6.25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룬다. 대대적인 홍보가 진행됐으며,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요소가 분명히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심각하게 엉망이다. 
 
캐스팅과 소재 등 재료는 효과적으로 갖췄지만 영화 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엉성하다. 엉성한 결과물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군인들의 숭고함마저도 우습게 만든다. 하늘에 계신 6.25 국가유공자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6.25 인천상륙작전 직전의 첩보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천상륙작전'은 그 어떤 SF물보다도 판타지가 짙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군상이 하나로 통일되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 모두가 조국과 전쟁의 승리밖에 모른다. 이념 갈등과 열강의 이해관계로 인해 발발된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해 고뇌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저 총칼을 맞대고 서로 죽여야하는 이분법만 있을 뿐이다.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승리해야하는 이유에 이성적인 판단이 없다. 맥아더(리암니슨 분)는 한국 전쟁을 남한의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로 우연히 만난 남한의 소년병에게서 느낀 군인의 동질감을 내세운다. 내 목숨이 없어지더라도 전쟁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남한군들이 왜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명감만 있고 과거사가 없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DNA만 있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인물 대부분이 감성이 충만하다. 총탄이 오고가는 절체절명의 순간 동료가 죽으면 누구나가 서럽게 슬퍼한다. 자신도 같은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는 없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너무도 많다. 정을 준 동료들이 너무 많이 죽어 동료의 죽음에도 감정의 흔들림이 전혀 없는 '고지전'의 인물들과 정반대에 있다. 신파를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해보자는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도 노골적이다. 이런 뻔한 의도에 감정이 흔들리기엔 국내 관객의 수준은 많이 높아보인다. 
 
감독의 주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감정 역시 한 단계 정도 더 떠있다. 전반적으로 과잉 감정이다. 오랜 경력의 배우들의 연기조차 대부분 어색하다. 아울러 영화 자체가 엉성하다보니 배우 한 명씩은 실소가 터지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전쟁 영화라는 점에서 고생한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어 더 안타깝다. 그 와중에 감정을 절제하고 홀로 제 갈 길을 제대로 간 이정재가 실로 놀랍다.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또 장면 장면마다 헛점투성이다. 북한군이었다가 일련의 과정으로 남한에 온 장학수(이정재 분)는 웬만한 히어로물의 영웅보다 더 강력하다. 그가 난사하는 총에 북한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인천에 깔린 기뢰 해도를 구해야하는 장학수가 인천을 진두지휘하는 림계진(이범수 분)과 시작부터 대립을 갖는 부분도 쉽게 납득이 안된다. 첩보의 기본 얼개도 갖추지 않았다. FPS 게임을 하더라도 총격전 중 총알이 떨어지면 숨어서 장전하기 마련인데, 당당히 그 자리에 서서 총알을 끼우는 림계진의 모습은 헛웃음을 준다. 이런 류의 장면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많다.
 
기술적인 면에서 CG는 '미스터고', '대호' 등에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뒤떨어지며, 리암 니슨만 등장하면 나오는 웅장한 음악은 리암 니슨의 느끼한 대사와 어우러지며 질리는 기분을 준다. 나라를 위해 싸운 뒤 가족을 생각하는 장학수의 마지막 회고는 너무 신파성이 짙어 듣기 민망할 정도다. 
 
최근 5년간 7~8월에 나온 텐트폴 영화 중 가장 형편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늘 적정 수준 이상의 영화를 투자·배급해온 CJ가 어쩌다 이 영화에 140억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진다. 
 
신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관객이라면 2시간 동안 오글거리는 기분이 지속되는 진기한 체험을 할 것이다. "역사 콘텐츠만큼은 꼭 훌륭히 만들어야 창작자로서 부끄럽지 않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영화다. 개봉은 오는 27일, 상영시간은 116분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플러스(+) 별점 포인트
 
▲ 홀로 제 갈 길을 간 이정재 : ★★★
▲ 초반 10분 박진감 넘쳤던 미국, 남·북한 세 나라 장군급 회의: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장군급 회의 이후 처절하게 신파로만 간 구성 : ☆☆☆☆☆
▲ '역사 왜곡'으로도 보이게 되는 하나로 통일된 인간군상 : ☆☆☆☆☆
▲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이어지지 않는, 참담한 수준의 개연성 : ☆☆☆☆
▲ 뚜렷한 메시지 없는 반공영화 : ☆☆☆☆
▲ 배우들의 떠 있는 감정선 : ☆☆☆☆
▲ 코미디 영화를 방불케하는 전쟁 액션 : ☆☆☆☆
▲ 눈물을 자극하려하나 오히려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장학수의 어머니를 향한 회고 : ☆☆☆☆
▲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10년 전 느낌의 CG : ☆☆☆
▲ 지나치게 의미심장해 손·발을 묶어버리는 맥아더의 대사들 : ☆☆☆
▲ 고증이 필요했을까 싶은 북한군인 납치 장면 : ☆☆☆
▲ 추성훈, 김선아, 이원종, 박성웅, 김영애 등 어벤져스급 특별출연 배우들의 활용법 : ☆☆☆
▲ FPS 게임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어설펐던 이정재와 이범수의 마지막 대립 총격신 : ☆☆☆
▲ 리암 니슨만 나오면 등장하는 웅장한 음악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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