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은행권이 올 하반기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 악화와 지점 폐쇄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영업 압박과 개인별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따른 노조의 반발을 희석하기 위한 '당근'으로 승진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이달 내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과장급 승진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인사위원회는 승진자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인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9월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첫 대규모 승진인사다.
KEB하나은행은 올초 인사에서 행원급 직원 6명의 특별 승진만 진행했다.
대대적인 승진 인사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영업실적 압박과 전산통합에 따른 구조개편 등에 대한 보상 인사로 보고 있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하나멤버스 확대를 위해 일선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에는 계열사 6개 노조가 금융감독원에 집단민원을 제기해 금감원으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한 직원은 "지난해 출시한 하나멤버스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과 영업압박 강도가 과거보다 세진 상황에서 지난달까지는 대부분의 직원이 전산통합에 시달렸다"며 "반면 지난해 통합 이후에는 사실상 승진인사가 없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최근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300여명에 달하는 지점장급과 부지점장급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의 최근 몇 년간 이들 승진자가 평균 200명(지점장급 50~60명, 부지점장급 100~120명)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승진자가 50%가량 증가한 셈이다.
기업은행은 14일 하반기 원샷인사를 단행하고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400여명을 승진시켰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번 승진 인사에 대해 "직원 보상차원의 인사"라고 밝혔지만, 이들 은행들도 영업 압박과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돼 왔다.
우리은행은 최근 한 지점장이 부하직원에게 실적을 강요하는 등 부조리가 적발돼 파면당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사는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업은행 이사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자 노조가 권선주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42명을 고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승진자를 논의할 때 형식적이라도 노조와 협의를 거치는 곳이 상당수 있다"며 "최근 민영화를 위해 영업강도가 세진 우리은행과 성과연봉제로 갈등을 빚은 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번 하반기 대대적인 승진인사 단행은 노조에게 '당근'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내주 안에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시중은행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오는 9월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올 하반기에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KEB하나은행도 1년 만에 승진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본사. 사진/각은행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