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최종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제재 조치 여부와 구체적 실행 방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근처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일본에 대해 첨단기술제품 개발의 원료인 희토류 수출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자국민의 일본 관광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같은 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 반체제 운동가인 류사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수입 연어에 대한 특별검사 조치와 수입국 다변화로 대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특성상 노골적인 보복 조치보다는 알듯 모를듯 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25일 발간한 <차이나 와칭>에는 사드 도입 결정으로 촉발될 중국의 경제보복 시나리오가 총망라돼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제재 방식을 크게 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한국산 제품에 대한 통관, 위생검사 등 비관세장벽 강화'다. 이른바 '비관세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과거)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인 바나나를 병충해 등의 사유로 통관을 보류하고 폐기처분 한 바 있다"며 "김치나 우유 등 한국산 농식품이나 화장품 등 인체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를 강화해 중국의 시장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난 8일 화장품 관련 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공산품의 경우 한국산 부품과 중간재 통관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중국 내 한국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관련 주요 공장의 조업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인센티브 관광' 유치 등 중국인 관광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비자 발급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규모를 조절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보고서는 "2015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5%에 해당하는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국인 관광객 1인당 2000달러를 소비하며 총14조원(120억달러)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소비액은 외국인 관광객 평균 소비액인 400달러의 5배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관영언론을 통해 반한 감정을 부채질해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하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보고서는 "과거 중·일 영토 분쟁시 대규모 반일시위와 함께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 상가 등에 대한 폭력시위도 발생한 바 있다"며 "현재까지 중국 현지 정서는 한국에 대하 실망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조세 분야에 대한 '표적 단속'을 실시하고, 채권 등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해있는 중국 자본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중국 자본의 철수가 가장 위협적인 보복수단으로 평가했다. 중국 자본이 단기간에 한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 한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위기가 심화되고 부동산이 폭락되는 등 금융위기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다만 "중국이 영토분쟁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충돌하는 일본, 필리핀과 달리 한·중 간 사드 논란은 기본적으로 미중관계의 이슈로 파악하고 대 한국 경제적 제재보다 미국과의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정립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제 보복으로 한국과 갈등이 심화될 경우 공산당 창건 100주년(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소강·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는 것) 사회의 달성을 위해 설정한 동기간 평균 경제성장률 6.5% 이상이라는 경제정책적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경찰이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주한 중국대사관 앞을 경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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