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하반기 주요 수출산업의 경기 전망이 어둡다. 사진은 수출화물을 선적한 배가 출항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국내 산업계의 하반기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 문제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실적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대외적 환경에 기인하는 업황에 대한 의존도를 키운다. 업황만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만이 IT 성수기 효과를 온전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에 좋았던 IT·가전은 하반기 들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중국 등 다수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며 시장 성패를 가늠하기도 어려워졌다. 자동차 업계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와 함께 신흥시장 수요 감소, 디젤차 논란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조정에 한창인 조선업계는 대외적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버티기에 그칠 전망이다. 철강 및 기계는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외에는 기대할 요인이 많지 않다.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저유가가 지속되는 데 따른 과실을 아직 더 즐길 것으로 점쳐진다. 저유가로 인해 주력 제품의 마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저유가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의 수요 침체를 야기하면서 정유·석유화학 이외 업종의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렉시트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회복 지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중국경제의 경착륙 등에 대한 우려로 유가는 당분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T·가전
성수기 효과가 끝나고 경쟁심화 및 수요둔화 이슈 등 전망이 어둡다. 우선 선진시장 포화에 따른 수요부진과 중국 업체 및 애플의 신제품 출시 등으로 치열한 경쟁구도에 직면하게 된다. 브렉시트 등 유로존 변수로 선진 시장이 위축되면 고가제품 위주로 선전해온 국내 기업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조기 출시로 선반영된 판매실적분이 하반기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S(강점)= LG전자는 TV·가전 프리미엄 전략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OLED TV 신사업의 수주 확대도 부각된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함께 TV·가전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생산 이전 이후 원가경쟁력도 제고해 나가고 있다.
W(약점)= LG전자는 G5 부진으로 모바일 사업 회복이 미지수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부진할 경우 그해 전반적으로 모바일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스마트폰 조기 출시에 따른 기저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O(기회)=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수출이 늘어났다. 미국 주택경기 호조가 3년째 이어져 프리미엄 TV·가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주택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시간차를 두고 당분간 이 같은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T(위협)= 올림픽 특수와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끝난다.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도 변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 금리인상을 연기해도 문제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최근 패널가격의 상승세도 원가부담으로 연결된다. 세계 스마트폰 수요 둔화 및 경쟁심화 리스크도 상존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시황 회복세와 IT 성수기 진입으로 하반기 전망이 밝다. 삼성전자의 3D 낸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경쟁력 우위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 확대 추세에 따라 아이폰6 사례처럼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부진할 경우 부품 공급사들은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S=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의 유일한 공급업체로서의 이점을 하반기에도 누릴 전망이다. 수익성이 높은 3세대 3D 낸드의 공급량도 지속 늘리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OLED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소형 OLED 톱티어인 삼성디스플레이에 긍정적이다.
W= SK하이닉스는 3D 낸드 양산 계획이 이미 1년 넘게 지연됐다. 3D 낸드는 최근 기업향 SSD를 중심으로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 B2B 시장은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뒤늦은 진입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도시바, 마이크론도 연말 양산을 예고, 경쟁우위도 뚜렷하지 않다.
O= 글로벌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등에 따른 IT 소비 성수기를 만났다. 제조사들의 공급물량 조절과 더불어 성수기 효과는 시황에서 나타난다. 반도체 메모리칩 가격은 하락세가 진정되는 국면이며, 디스플레이 가격도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T= 반도체 시황 하락을 주도해온 PC D램의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만 이노룩스의 지진 타격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 문제가 해결되면서 하반기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도 상존한다. 아이폰7, 갤럭시노트7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부진하면 부품업계도 연쇄 부진을 겪을 수 있다.
◆자동차
국내외 수요 침체 요인이 강하게 꼽힌다. 저유가에 따라 산유국 등을 중심으로 신흥시장 수요 침체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내수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도 짙다. 현대·기아차는 환경 이슈로 전기차 시장이 조기 개화하며 비주력 시장에서 새롭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단, 달러화가 강세를 띠는 환율 상황은 수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S=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 회수 및 매출이 본격화된다.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연 30만대), 창저우공장(연 20만대), 기아차 멕시코공장(연 30만대)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 규모의 경제 확보와 더불어 현지 시장 영향력 확대가 기대된다. 아이오닉 EV, 신형 그랜저, 신형 i30 등 다양한 신차도 내놓는다.
W= 폭스바겐, 미쯔비시 등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사태 이후 세계 경유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자국 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선점해 나가는 전기차 시장에 현대차가 떠밀리는 형국이다.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이슈가 산재해 생산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O=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주 수출대금 결제통화는 미국 달러다. 미국 달러 강세 기조가 대미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다. EU FTA 관세 인하에 따라 수출환경이 개선될 요인도 있다. 7월부터 한국산 승용차(1.5L 이하)에 대한 관세율이 1.6%에서 0%로 전환된다.
T= 저유가로 인해 중동과 중남미 지역 수요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 내수 판매의 경우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판매 절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노후 경유차 교체 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적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조선·기계·철강
하반기에도 열악한 산업환경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노력에도 지독한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 기계 업종의 대외 환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수요침체 및 경쟁심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철강 시황이 오르고 있고, 업계 자체적으로는 원가절감 등 실적 개선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S= 철강업계의 체질 개선 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향 강판의 수출을 확대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도 대규모 투자를 완료하고 차입금을 줄이는 등 재무 개선에 나섰다. 동국제강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W= 조선업계는 수주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업체들의 신규수주가 부진하고 수주잔고도 급감했다. 주력 선종들의 연내 시황회복이 어려워 하반기에도 수주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인력 감축 등 사업 규모를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가 향후 이익개선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O= 기계업계는 베트남 투자와 대규모 공사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베트남으로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전년 대비 수출 단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규제가 풀린 이란을 비롯해 아시아 신흥시장의 프로젝트성 물량도 늘어나 수출실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T=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시 해양플랜트 부문의 인도 지연 및 계약 취소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기 둔화로 교역이 감소하며 수요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기계업계도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저성장 기조로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품질 경쟁력 향상으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철강은 중국내 구조조정이 기대요인이지만 단기간내 공급과잉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유·석유화학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제품 단가가 낮게 유지되면서 수요도 진작됐다. 저유가는 석유화학 기반 국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셰일가스발 가스화학설비의 위협으로부터 시간을 벌어준다. 업계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더불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료 및 수출선 다변화, 신사업 확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S= 정유 4사는 신규 화학 사업을 늘려왔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 대기업도 경량화소재, 전자소재, 배터리 등 신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유가 급변 시 실적 충격요인을 완화시켜줄 요소다. 국내 업체들이 원료부터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대외 변수에 강한 경쟁력으로 인식된다.
W= 석유를 원료로 쓰는 화학설비는 저유가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북미와 중동, 중국 등의 가스 기반 화학설비가 경쟁력을 찾게 된다. 이에 대비해 롯데케미칼 등 일부 기업은 해외 가스화학설비에 투자했지만 저유가가 길어지며 투자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기업도 있다.
O= 유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전방 제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제마진 등 수익성 확대 요인이 된다. 미국 달러 강세 기조는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로 불황을 겪었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석유화학 일부 제품은 아시아 역내 투자가 제한되고 정기보수 일정이 몰려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
T=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수입수요가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합섬원료 시장을 중심으로 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석유제품도 중국이 자체 정유설비 투자를 통해 수출국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차기 시장인 인도도 신증설로 공급과잉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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