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로스쿨과 사법시험 논쟁의 기준, 법치주의
2016-06-13 06:00:00 2016-06-13 06:00:00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해결될 것만 같은 일도 시간이 흐르면 조용해 질 수 있다. 아주 작은 모순도 시간이 흐르면 중요 모순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은 중요하다. 물론 시간이 최종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스쿨과 사법시험 논쟁이 최근 잠잠해졌다. 교육부, 변호사단체, 법학교수, 로스쿨 등 관계자들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극심한 대립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갈등은 잠복되어 있지만 과열되지는 않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의 중요성에 맞는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소한 냉정하게 이 문제를 바라 볼 여유는 생겼다. 문제의 핵심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로스쿨과 사법시험 논쟁을 평가할 때 기준은 오직 법치주의다. 법률가 양성제도를 둘러싼 논쟁이므로 어느 제도가 법치주의 발전에 더 적합한가 하는 점이 기준이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 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 시민을 위한 변호사를 만드는데 더 유리한 시스템이 우리 미래의 법률가 양성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이를 법률가 양성의 주체, 목적,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미래의 법률가는 국가가 아닌 민간이 주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미래는 다양한 경험, 감성,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세상이다. 민간의 다양성이 국가의 획일성을 일찌감치 앞질렀다. 민간의 변화 속도도 국가를 추월했다. 국가도 혁신이 필요하지만 민간에서는 창조, 혁신과 속도가 일상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이해관계, 심지어 새로운 사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래의 법치주의는 바로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한다. 미래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보호하려면 법률가 자체가 다양하고 창조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법률적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창조성은 항상 민간에서 나온다. 국가 중심의 교육은 규격화되어 있고 그래서 일정한 품질은 보장하지만 획일적이다. 창조적이지 못하다. 민간의 활력으로 미래의 법치주의를 보충해야 한다.
 
둘째, 미래의 법률가는 권위주의를 버리고 시민의 편에 서야 한다. 법치주의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국가통치의 도구라는 얼굴이다. 왕이 자기 마음대로 통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 통치를 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한 측면이다. 다른 얼굴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가와 법률을 만든 이유는 모두 시민의 자유와 권리, 특히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국가에 형벌권을 준 것도 범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 주된 법치주의는 당연히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법치주의다. 미래의 법치주의는 지금보다 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다양하면서도 적극적인 시민들이 등장함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법률가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려면 국가가 법률가를 양성해서는 곤란하다. 국가는 아무래도 시민을 통치하는 권위주의에 익숙하기 마련이다. 자유로운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뿌리인 것처럼 시민의 자유로운 정신이 법률가 양성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미래의 법률가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법치주의는 법률가에 대한 접근성에 비례한다. 쉽고 저렴하게 법률가를 만날 수 있다면 시민은 그만큼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이로써 법치주의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이렇게 되려면 많은 법률가가 지방에 골고루 있어야 한다. 법원이나 검찰청은 없더라도 변호사 사무실은 있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 발전전략 중의 하나는 지방분권이다. 사법 분야도 당연히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법률가 양성도 지방분권화 되어야 한다. 국가가 아닌 민간, 구체적으로는 지방의 로스쿨이 이를 담당해야 한다. 이래야 변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1천명 이상의 법률가를 모아 교육하는 중앙집중 방식은 지방분권시대에 역행한다. 미래의 법치주의를 생각해 보면 국가중심의 획일적인 법률가 양성제도는 과거 지향적이다.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