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디젤 논란으로 속앓이를 하던 정유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세먼지 감축 방안으로 환경부가 제시한 경유값 인상안이 '증세 꼼수'라는 여론의 비난에 부딪히면서 강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비치며 장벽으로 자리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일 국회에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 긴급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경유값 인상 등과 같이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면 무관심,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경부의 경유값 인상안을 비롯한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와 자외선 지수가 나쁨을 나타낸 지난달 30일 오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행여 경유값이 오를까 노심초사했던 정유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노후화된 디젤차 등 자동차업계로부터 야기된 '더티디젤' 논란이 경유값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정유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경유 사업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여야 모두 경유값 인상에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다들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방안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오염물질 측정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 공장 등 산업단지를 배제하고 경유 소비의 10%에 불과한 디젤차만 타깃으로 삼는 등 국민들과 업계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디젤 게이트에 미세먼지까지, 환경부가 제역할을 못한다는 비난에 디젤차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에 대한 정부 논리와 근거는 부처별로 오락가락한 모습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지난 2009년 내놓은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실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휘발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를 지목하고 나섰지만, 지식경제부는 이와 반대되는 보고서를 내놓은 셈이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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