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1995년 입사해서 올해 21년 됐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당일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20년 넘게 몸담아왔던 건설산업연구원을 떠나게 된 새누리당 김현아 당선자(비례대표)는 주택·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다. 김 당선자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전환’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김 당선자는 매매에서 전세로, 또 전세에서 월세로 재편되고 있는 주택시장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졌던 부동산 정책의 축을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세난 등 주거비 부담에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달 중으로 서울 인구 10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주거비 부담 어떻게 완화해야 하나.
지난 3년간 정부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구조조정 등으로 거시경제에 소득감소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매매에 맞춘) 정책의 효과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실제로 월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향후 2~3년 내에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 전개되면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 집주인이 기존에 받은 전세보증금을 맞춰줄 수 있는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 하면서 세입자의 발이 묶이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월세 전환을 유도해야 하고 이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있나.
월세카드 도입이다. 정부가 월세소득공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하는 사람도 적고 실제로 공제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다 보니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아파트 관리비 카드처럼 일반 신용카드에 월세납부 기능을 넣으면 집주인은 월세 연체 위험을 줄이고 세입자는 월세소득공제가 용이해진다. 소득공제를 받지 않더라도 카드 마일리지를 활용해 연말에 한번 씩 일정 금액을 환급받도록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과거에 신용카드 발급이 남발되면서 한 사람이 카드를 4~5개씩 가졌던 때가 있었는데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소비가 굉장히 표면화됐고 자영업자들의 세원이 파악됐다. 월세카드가 도입되면 임대소득이 상당히 드러날 수 있는데 과세 정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월세전환율을 인하하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법이 통과됐다.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나도 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해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 19대 국회에서 법률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갑게 생각하는데 이것을 잘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에 그것에 대한 답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전월세지원센터를 견학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사소한 문제가 감정적으로 비화하면서 합의가 안 되는 사례가 많았다. 결국 법의 문제보다는 사람들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상담사들도 많이 둬야 한다. 앞으로 전월세 분쟁 관련 센터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잘 감시하려고 한다.
- 월세 중심의 주택시장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분쟁 유형도 생길 것 같다.
서울시 센터를 견학하면서 보니 최근에 하자와 관련된 분쟁이 많았다. 특히 전세일 때는 집주인들이 딱히 해줄 일이 없었는데 월세로 바뀌면서 물이 새는 것도 다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니까 전세로 살다가 나가는 사람에게 괜히 시비를 걸기도 하고, 새로 월세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마찰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누가 월세로 살면서 물 새는 것을 자기 돈으로 고치겠나. 이와 관련해서 2년 전 임대관리업을 도입했는데 사실 전세시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
전세의 경우 집주인하고 만나는 게 2년에 한 번 꼴인데 월세는 매달 집세 내는 것부터 해서 매월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이를 대리하는 업무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임대관리업이 하나의 업으로 자기매김 하게 되면서 새로운 주택 서비스 산업의 육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임대차보호법이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첫번째 법안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전세보증금의 보호, 임대차 계약기간의 보호 같은 내용 밖에 없다. 예전에는 임차라는 게 내 집 마련을 위해 잠시 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개념이 바뀌었다. 전세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법에 세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분쟁이나 주거환경, 임대주택의 품질을 확보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아야 한다.
- 주거복지의 대표적인 형태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휴먼시아 사는 거지'의 줄임말)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씁쓸한 뉴스도 전해졌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
여야를 막론하고 임대주택의 양을 늘리는 데에는 정책노선의 차이가 없다. 선거 때마다 ‘몇 만호 짓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뒤에 따라오는 세부적인 내용은 없다. 소득이 다른 세대를 섞는 '소셜믹스' 개념도 좋은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그 안에서 실제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있어서 양적인 정책경쟁을 해왔다면 공공임대주택이 실제로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짚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많다.
중기적으로 금리 인상도 있지만 이제는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소득감소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소득이 내려가면 금리가 같아도 상환부담이 커진다. 대출 구조를 원금을 갚는 형태로 거치기간을 없애는 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는데 여전히 보면 금융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빌려주고 제대로 갚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상품개발과 적합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도 그렇고 고도성장을 위해 공급자 중심으로 끌고 온 측면이 있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지난 대선 공약을 보면 소비자 중심의 정책에 대한 여야의 차별성이 많이 없어졌고,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 시대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김현아 당선자 약력
가천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박사
서울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새누리당 김현아 당선자가 2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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