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만큼 혐오스러운 단어가 또 있을까. 인기 웹툰이자 드라마로도 제작된 ‘미생’의 주인공처럼 비정규직은 늘 사회적 약자로 대표된다. 짧은 계약기간에 저임금, 갖은 차별을 감수해야 하고, 2년을 버텨봐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하지만 ‘미생’ 속 현실은 실제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서 직접고용하는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 고용인원의 2% 수준인 데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도 학력과 근속기간 등 고용형태 외에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통제하면 한 자릿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2%였다. 이 가운데 30%는 300인 미만, 2%는 300인 이상 사업체 소속이었다. 또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 정규직의 임금을 100으로 놨을 때 비정규직의 임금은 62.8에 불과했는데 연령과 학력, 근속기간, 직종 등 속성을 통제하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93.7로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도 고용형태보다는 외부 속성에서 기인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개인 속성 등을 통제했을 때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보다 높았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구인난이 이 같은 결과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6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마친 최종익(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노동개악 폐기'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다.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을 100으로 놨을 때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50.4에 불과했다. 속성을 통제했을 때에도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68.0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를 만드는 요인으로는 우리나라 특유의 고용구조가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 25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13%였다. 반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250인 이상 기업의 고용비중이 각각 56%, 47%나 됐다. 우리나라보다 고용률이 낮은 프랑스도 OECD 평균치인 3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고용 책임을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이 수평적 거래업체가 아닌 수직적 협력·하청업체의 형태로 특정 대기업에 종속되면 협상력을 잃게 된다. 협상력 상실은 납품단가 및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 같은 악순환은 원·하청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끝없이 반복된다. 노동계는 물론 고용노동부 간부들도 협력업체, 사내하도급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을 노동시장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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