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의 의미는 다른 달과 다르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교직하는 것이 한국 현대사라면 5·16과 5·18이 정반대 의미의 두 상징이다. 게다가 2009년부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일인 5월23일이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이러다 보니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사의 정통성, 명분을 둘러싼 해석 투쟁을 상징하는 시기가 됐다. 그리고 5·18과 5·23이 겹쳐지면서 야권,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더 정치적 의미가 강해졌다.
올해는 특히 더 그렇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두 당으로 갈라졌지만 각각 수도권·비호남과 호남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대선까지 주도권 경쟁을 벌일 태세다. 그러니 올해 5월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아마 내년 5월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 중 누군가가 당선된다면 2018년 5월부터는 '정통성'과 '주도권'의 추가 그쪽으로 쏠리며 한동안 논쟁이 잠잠해지겠지만, 만약 지금 여권의 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5월은 지루한 야권의 갈등과 주도권 다툼을 상징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어쨌든 올해 5·18을 둘러싼 포석은 벌써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광주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80년 5월 광주가 아니라도 87년 6월의 아들이자 광주 출신인 이한열의 상주나 다름없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립 5·18 묘지 방명록에 '광주의 혼을 담아 오월에서 통일로!'라고 썼다. 국보위 출신 김종인 대표도 광주에 갔지만 당선자들이 5·18 묘지를 방문할 때는 함께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때 박원순 서울시장도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 정신의 계승자임을 자임한 박 시장은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 서겠다"면서 "저도 이제 뒤로 숨지 않겠다. 박관현 열사처럼, 윤상원 열사처럼 역사의 대열에 앞장 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표도 5·18에는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 시기 광주의 맹주인, 국민의당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는 17일 저녁 광주로 와서 다음 날 5·18을 치를 것이라고 한다. 손학규도 강진에서 나와 망월동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닷새 후면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모행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치러진다. 부대 행사는 이미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시작됐다.
36년과 7년의 시간이 다르고 무등산과 봉화산이 다르듯 광주와 김해는 다르다. 광주를 김대중과 떼놓을 순 없지만 김대중 역시 5월 광주에게 빚진 자다. 하지만 봉하는 오롯이 노무현 그 자체다. 그래서 계승의 '부담'도 정치적 '유산'도 명확한 편이다. 좀 우스운 면이 있지만 광주에선 모두가 계승자이자 상속자임을 자임한다. 하지만 봉하에서는 아직은 상주와 문상객의 차이가 보인다. 이 차이가 긴장감을 만들어왔다. 올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5월18일과 23일의 긴장감이 당장 완전히 해소되진 못할지라도 변화의 단초라도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017년의 전망도 매우 어두워질 것이다.
물론 5월이 야당이나 야당 지지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정권교체의 상징이나 발판으로 여겨지는 것도 어떤 면에선 적절치 않다.
하지만 더 큰 민주주의, 인권, 한반도 평화, 정의로운 경제를 강조하는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를 어떻게 치르고 자신들끼리는 어떻게 화합하는지를 온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저 정도면 우리가 다 같이 존중하고 기려야 하겠다. 국가의 방향이 이제 저쪽으로 갈 때가 됐다"는 인식이 다수 국민들 사이에 자리 잡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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