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뱅크 전성시대)①"비은행 수익, 마의 40% 깨라…은행만으론 한계 왔다"
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재편…'업권 1위' 증권·보험사 없으면 안정적 수익 "보장 못한다"
2016-04-25 06:00:00 2016-04-25 16:55:27
[뉴스토마토 이종용·김형석기자]  지난해 1분기 금융권에 의미있는 순위 변화가 있었다. 2009년 금융권 1위 자리를 신한금융지주에 내줬던 KB금융지주가 6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분기 특별이익 덕분이지만 리딩뱅크(선도 은행) 탈환이 숙원인 KB로서는 달콤한 승리였다. 하지만 반년이 채 되지 않아 KB는 2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K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업권 1위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라며 "이제는 은행 자산규모대로 순익이 결정되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최근 비은행 부문 인수에 혈안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금융패권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은행의 자산 및 수익 규모로 금융지주사 경쟁력이 구분되던 시대가 지나면서 비은행 강화에 성공한 금융지주사들이 부상하며 상위권 금융그룹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비은행 균형의 모범 모델로 꼽히는 신한금융지주와 최근 수년간 금융계열사를 사들이고 있는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발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올해 은행들의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 되기 전인 연말가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과거에 구호로만 그쳤던 비은행 몸집 키우기가 금융사의 생존 기로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규모 순서대로 금융지주사 순위가 결정되는 시대가 이미 지나갔다"며 "규모와 상관없이 은행들이 이자관련 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을 품게 된 KB금융이 우선 비은행 사업 경쟁에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1위 증권계열사 탄생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이참에 보험사 인수까지 뛰어들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마무리 지은 하나금융지주 역시 수년째 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들 금융사들은 하나같이 장기적으로 최대 40%까지의 비은행 부문 강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비은행계 수익 비중이 40~50%에 이르는 신한지주는 수년째 2조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은행 수익비중이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60%까지는 낮춰야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한·KB·하나·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은행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지주사의 은행 수익비중은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이자이익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의 비중이 줄어든 면도 있으나,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할 때마다 비약적인 조정이 이뤄진 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신한지주(055550)는 지난 2010년에만해도 당기순익 가운데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등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 이후 은행 부문의 순익 비중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62%, 2014년에는 61%까지 내려갔다. 지난해에는 은행 비중이 58%를 기록해 4대 지주사 중 처음으로 50% 대로 하락했다.
 
신한지주는 앞서 지난 2003년 9월 조흥은행을 인수한 이후 은행부문 자산이 85%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2007년 3월 LG카드 인수 이후 지속적으로 은행의 비중이 내려가는 효과를 봤다.
 
KB금융(105560)은 지난 2010년 1466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이중 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은 939억원에 총 순익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였다. 이후 2011년(84%), 2012년(76%), 2013년(70%), 2014년(76%)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로 62%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달 인수한 현대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익(2970억원)을 단순합계하면 KB금융의 은행 부문 당기순익 비중은 50% 대에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도 2012년 3월 지주사 출범 이후 2014년 4월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으로 은행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출범 연도의 농협금융 당기순익 중 출범 연도의 농협은행의 비중은 87%에 달했으나 이후 2013년(53%),2014년(42%), 지난해 43%로 점차 하향 추세에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 2010년 11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비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하나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였다. 이 기간 당기순익도 98%가 은행부분에서 나왔다. 이 비중은 2011년 92%를 기록한 이후 2012년 68%까지 하락했다가 2014년 89%, 지난해 86.5%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연구원은 "비은행권 비중을 늘린다는건 금융지주사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며 "카드쪽 업황이 좋지 않지만 보험이나 증권사 등의 비은행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M&A를 통한 규모의 경쟁이 필요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종용·김형석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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