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자유
대학가/가능 사회
2016-04-05 18:46:00 2016-04-05 18:46:33
3월 1일,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특별기구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의 교내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학우들의 새 학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춤추는 Q는 서강대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몸, 마음, 관계를 지지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서강대학교 떼이야르관에 게시되었던 현수막을 묶은 줄이 다 끊어진 채 바로 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황급히 펼쳐 본 현수막에 있던 여러 개의 구멍과 찢긴 흔적으로 보아 춤추는Q 학생들은 ‘고의적 훼손’을 의심하였고 곧바로 학교에 CCTV 확인을 요청하였다. CCTV가 지목한 범인은 놀랍게도 서강대학교 화학과 신 모 교수였다. 신 교수는 1일 오전 10시경, 본인이 든 칼로 현수막을 직접 훼손했다.
 
온전한 교내 현수막. 사진/춤추는Q 페이스북 페이지
찢겨진 교내 현수막. 사진/춤추는Q 페이스북 페이지
 
범인을 확인한 춤추는Q 학생들은 서강대학교 여성주의학회 틀깸, 국제인문학부 여성주의학회 이음, 커뮤니케이션학부 여성주의학회 레페와 함께 신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였다. 그들은 주변 다른 현수막이 아닌, 성 소수자 단체의 특정 현수막만을 훼손한 신 교수의 행위가 교육자로서 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드러낸 부끄럽고 통탄한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동시에 그들은 3월 10일 정오까지 신 교수의 공식적인 설명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만약 요구안을 이행하지 않을시 학생회 차원의 공동행동, 언론을 통한 공론화 및 고소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이들의 공개서한을 수신하고도 답장하지 않은 채 3월 9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터뷰 통화에서 그는 “현수막이 무단으로 게시되어 있어서 뗀 것뿐이다”, “나는 원래 지저분한 것을 잘 떼는 사람”, “내용 자체도 반감이 있다. 이 세상에 환영할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런 사람만 환영하냐. 철거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은 그쪽은 노이즈마케팅일 뿐” 이라고 말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은밀한 혐오 발언과 함께 사과를 거부하였다. 이 사실을 안 대학성소주자모임연대 QUV와 서강대학교 46대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신 교수의 행동을 비난하며 규탄자보를 게시하였으나, 이 규탄자보 또한 누군가에 의해 그날 밤 훼손된 채 발견되었다.
 
훼손된 QUV 규탄자보. 사진/춤추는Q 페이스북 페이지
 
3월 10일, 마침내 춤추는Q 학생들은 현수막 훼손 건에 대해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신 교수를 고소하였다. 신 교수는 거듭 “무단 게시물을 뗀 것이다”고 항변하였지만, 확인 결과 춤추는Q의 현수막은 학생처 허가 스티커를 붙인 허가된 현수막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학생들을 직접 만나 ‘대면 사과’를 하겠다고 요청하였지만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공개 사과’였다. 그들은 대면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신 교수의 대면 사과를 거부하였고, 고소 취하 계획 역시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와 더불어, 피켓 시위 등 학생회 차원의 공동행동을 통하여 신 교수의 공개사과를 계속 요구하였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매일 약 9시간 동안 한 사람씩 돌아가며 1인 피켓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과 탄압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찢어진 것은 현수막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3월 14일 오후 12시경 신 교수는 총학생회장을 만나 사과문을 전달했다. 이번 사건이 교수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학교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서강대학교 교무팀은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교수가 사과를 전달한 상황이고 고소·고발 결과가 아직 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찢어진 것은 현수막이 아니다’. 사진/미디어오늘
 
서강대 사회과학대 학생회 ‘봄’은 “허가받지 않고 붙이는 글”이라는 제목을 가진 대자보를 통해 “우리가 더 분노해야 하는 이유는 이 폭력적인 형태의 배제가 ‘반지성주의’라는 단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수막 훼손 이면에는 비겁함이라는 요소 또한 자리잡고 있다. 반지성주의와 비겁함으로 점철되어,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표현하는 것을 용인될 수 없다 ”고 강하게 말하며 “타인에 대한 혐오를 긍정하는 것, 소위 말하는 ‘혐오할 자유’는 성립할 수 없다”며 모든 종류의 차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아현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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