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경제통' 출신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4·13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한국형 양적완화(QE)'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주로 디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선진국에서 극약처방으로 쓰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이 특정 정당의 공약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강봉균 위원장이 경기부양을 위해 들고 나온 총선공약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산업금융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매입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선대위 출범 이후 첫 회의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도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효과가 한계에 달하자 돈을 찍어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양적 완화로 일찌감치 통화 금융 정책을 바꿨다"며 "우리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중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한국판 통화 완화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파격적인 총선 공약을 내놨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돈을 시중에 푸는 것을 말한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니 돈이 필요한 곳에 직접 투입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돈을 풀어서 과감한 채무 조정 등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해 우리 경제의 부실을 도려내고, 그에 따른 일자리 증가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관을 20년 정도로 늘려서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강 위원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강 위원장의 공약 발표 이후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학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거세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양적완화를 도입하는 게 적절한지 시기와 방법,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 위원장의 한국판 양적완화는 구체적인 수단으로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채나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사들여 돈을 풀자는 것인데, 두 채권 모두 현행법상 한은이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이 아니어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정부가 산업은행채와 MBS를 한은이 사들일 수 있도록 보증해줄 경우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에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공약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국은행도 우리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 역시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강 전 장관) 개인의 소신이지 당론 혹은 선거 공약은 아닐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30일에는 "당의 공약은 존중하지만 통화정책에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경제계와 학계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지표들이 연일 부진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하자는 일부 목소리도 있지만 대다수가 한국의 현 경제상황과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기가 부진한 상황인데 일시적인 경기 하향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힘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부양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 우려도 있다"면서 "잠재성장세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양적완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데다 일단 금리조정 여력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본적으로 금리 정책이 소진된 이후에 양적완화로 넘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미국, 일본, 유럽 모두 제로금리 이후 양적완화로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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