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법 시행령 개정됐지만…당국은 '무관심', 은행은 '눈치'
은행-이체업체간 세부요건 마련 지지부진…기재부·금감원 "시장이 알아서 할일"
2016-03-23 15:52:13 2016-03-23 15:52:2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이 독점해온 외화이체업을 이체업자 등 핀테크기업이 영위할 수 있도록 법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해당사자들끼리 세부 요건을 정하는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체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어야 하는 은행들은 세부요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 수 있어 눈치를 보고 있으나, 주무부처들은 업체들끼리 알아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면 될 일이라며 미적지근한반응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함께 소액 외화이체업 허용에 따른 세부요건 및 절차를 마련하자고 요청한 상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외환거래법 시행령이 개정으로 소액 외화이체를 이체업자들에 허용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며 "은행과 이체업자간의 계약의 형태로 세부 요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무부처들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금까지는 은행을 통해서만 외화를 이체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소액 이체업자를 통해서도 외화 이체가 가능해진다.
 
특히 이체업자들은 외화 송금업무를 하려면 우선 자본금과 전산설비 등 요건을 갖춘 뒤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이체업자는 단독으로 외화이체업을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은행과 이체업자간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계약이 마련돼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업무 위·수탁 세부내용을 은행권과 이체업자간의 논의를 통해서 결정하게 되면 차후 불공정 계약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재부, 금감원 등 주무관청들과 함께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체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핵심 업무는 은행이 그대로 맡게 되는 구조다. 불법외환거래 등 금융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의 책임 소지가 더 무거운 구조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 지급 및 수령과 같은 외화이체 고유 업무는 은행이 그대로 맡고 모집 등의 업무만 이체업자들이 위탁하게 된다"며 "금융사고 발생시 손해배상책임 문제 등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항목들은 업체들간의 논의로만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 금감원 등은 법 근거가 만들어졌으니 이해관계자들간의 계약은 당사자들끼리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장관에 위수탁 사무에 대한 보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우선 개별 업무협약에 따라 세무요건을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검사권이 있는 금감원에서도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외화이체 핵심업무는 그대로 은행이 떠맡으면서 국내 이체업자들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은행은 책임소지 문제로 쉽게 손을 내밀지 않고, 당국은 시장이 알아서 할일이라고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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