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이번엔 사이버테러방지법 전방위 압박
박 대통령 발언 후 국정원이 분위기 조성…새누리, 국회의장 직권상정 압박
야당 "안보불안 선거에 이용…경제 회생에나 전념하라"
2016-03-08 16:48:10 2016-03-08 17:50:50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정부와 여당의 국회 본회의 통과 목표 법안으로 정해진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이버테러 문제를 거론한 다음날인 8일 정부·여당의 모든 역량은 이 법의 국회 통과에 맞춰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정부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등 일부 피해 사례가 발생했으며, 철도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반 테러와는 달리 사이버테러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이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 즉 무고한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스마트폰은 일종의 소형 컴퓨터로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드디어 북한이 우리 정부 요인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즉각 처리해 북한의 사이버테러와 도청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안건조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직권상정 외에는 길이 없다”며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9일 본회의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했고, 본회의 개최 가능성도 희박하다. 새누리당은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도 냈다. 
 
정부 측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이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긴급 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이 최근 정부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문자메시지와 음성 통화 내용까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관계기관 합동으로 악성코드 차단 등 긴급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감염 스마트폰을 통해 주요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추가 유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여러 채널을 이용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이버 분야는 민간과 공공 분야의 구분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면 경제적으로 큰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 혼란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이슈화시켜 20대 총선을 '안보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며 총선 이슈를 ‘안보’에서 ‘경제’로 바꾸려는 야당의 시도를 꺾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테러를 빌미로 온갖 법안들을 쏟아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안보 불안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경제 회생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사이버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법만큼이나 심각하게 국민에 대한 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법안”이라며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법안이다. 이런 법안을 야당을 압박해 국회에서 강압적으로 통과시키려들다니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7일부터 시작된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긴장 상황도 정부와 여당의 ‘안보 프레임’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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