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또 다시 역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 처방에도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 시장의 불안을 감안해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일본 경제
일본 내각부는 15일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전분기에 비해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직전분기의 0.3% 증가와 사전 전망치인 0.3% 감소보다 악화된 결과다.
연율 기준으로 환산한 GDP 예비치 역시 1.4%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1.2% 감소와 직전분기 1.0% 증가를 모두 밑돌았다.
이로써 2015년 연간 실질 GDP와 명목 GDP는 전년보다 0.4%, 2.5% 증가했다.
2015년 한 해 전체 추이를 보면 일본 경제는 성장과 위축을 거듭 반복했다. 지난해 1분기(1~3월) 연율 기준 GDP 성장률 확정치는 3.9%를 기록했지만 2분기(4~6월)에 마이너스(–)1.2%를 나타냈다. 이후 3분기(7~9월)에 1.0%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4분기 들어 재차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가 실시됐던 지난 3년 동안에도 일본 경제는 총 7개 분기의 성장과 5개 분기의 위축을 거듭 반복하는 불안한 성장 모형을 보였다.
소비·수출 부진
이번 GDP 지표 결과는 국내 수요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일본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전분기에 비해 0.8% 감소해 전망치였던 0.6% 감소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엔저로 식료품 등 물가 상승은 지속됐지만 임금 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해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난방 관련 제품의 판매 부진도 다른 요인으로 지목했다.
니시오카 준코 수미토모 미츠이 신탁은행 전략가는 “4분기에 개인 소비가 특히 부진했다”며 “일본 경제 전체가 정체 현상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키무라 겐조 수미토모 은행 전략가는 “물가와 임금 상승률 격차가 점차 벌어져 일본 가계의 구매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 해외 여행객 증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증가 등의 긍정적 경제 효과가 부진한 국내 소비로 상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수출은 전분기에 비해 0.9% 감소하고 수입은 1.4% 감소했다. 외부 수요는 전분기에 비해 0.1% 증가에 그쳐 예상치 0.2% 증가를 하회했다. 로이터는 이날 “일본의 핵심 무역파트너인 중국과 기타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일본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외부 수요가 국내 수요 부족분을 상쇄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함께 발표된 기업들의 설비투자(자본지출)는 1.4% 증가해 2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일본 도쿄의 한 마트에서 여성이 상품 가격표를 유심히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엇갈리는 일본 경제 전망
분기별 ‘롤러코스터’ 식 성장률이 지속되면서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이날 GDP 지표 발표 직후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예상치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향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펀더멘털이 강한 만큼 향후 추가 부양이 이뤄지면 대형 제조업체들의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 효과가 임금 인상, 가계 소비 진작으로 이뤄져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략가들은 향후 일본 경제의 추가 모멘텀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 둔화와 일본 증시 급락, 엔고 현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기업과 국가 전체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케다 아츠시 이토추 전략가는 “최근 엔화 강세 기조에 기업들의 올해 자본 지출과 수출 전망은 더욱 밝지 않다”며 “가계 소비마저 부진하기에 엔화 가치가 조금이라도 더 상승하는 즉시 BOJ가 추가 부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시오카 준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 채택에도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을 보면 일본 정부의 향후 추가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르면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BOJ가 부양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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