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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세제개편 '여론 뭇매'
무늬만 親서민 세제개편..비판 수긍해야
"쉬운 길 어렵게 가려는 이유 모르겠다"
2009-08-31 16:31:03 2009-08-31 18:42:36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국내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국가의 주요 정책을 입안하는 선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국가의 중요정책 입안 때마다 주요 사안에 대한 '기획'과 '정책조정'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안끼는 곳이 없는 재정부가 동네북이 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세제개편 발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부분에 대해선 '잘해야 본전'이라는 자기합리화에 앞서 곰곰히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 무늬만 親서민 세제개편
 
親(친)서민을 내세운 '2009년 세제개편'은 '무늬만 親서민'이란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몇날며칠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고민해서 내놓은 자식같은 '정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비판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긍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불입액 소득공제 폐지 문제. 정부가 스스로 "고치겠다"고 가장 먼저 선언한 제도다. 연간 급여총액 3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소득공제 혜택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장마저축을 통해 연간 급여총액 1억 이상의 4만5000명이 소득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공제를 없애야 한다는 조급한 판단에서 나온 발상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다음은 전세보증금 소득세 부과 문제다. 정부는 3주택 이상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내놓은 방안이지만 결국 서민들의 부담을 더 가중시킨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세금이 오르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부담을 전가 시키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거나 현금수입인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은 뻔한 이치다.
 
◇ 잘못된 정책 귀결 가능성 크다
 
이 때문에 전세값이나 월세만이 오르고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영향을 미치는 등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생활필수품인 TV나 냉장고, 세탁기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도 결코 서민에게 유리한 세제가 아니다.
 
특히 운전학원 등 성인학원과 동물병원의 부가세 부과도 부자에겐 별 것 아니지만 서민에겐 큰 부담이다. 이를 빌미로 각 학원이나 동물병원은 요금을 인상할 것이 뻔한데 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재정부는 지난 25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증세액 10조5000억원 가운데 90%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낱낱이 드러난 세제개편안에서는 '친서민'이라는 단어 사용자체가 무색하게 '친서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쯤되자 먼저 여당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면조치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이후 세수 감소분 중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7.3%에 달한다. 무려 13조4000억원 규모다. 2년이 아닌 내년 1년만 유예해도 내년도 세수 감소분의 77.3%가 메워진다는 얘기다.
 
국회가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도 이 부분이다. "'MB정부의 기조'를 내세울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닌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것이다.
 
◇ 국회 "쉬운 길 어렵게 간다"
 
감세정책 유보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한나라당 한 의원은 "쉬운 길을 어렵게 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감세유보는 재정건정성을 강화하고, 여론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반드시 관철 시키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안 원내대표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4일 천안에서 열리는 의원연찬회에 기획재정부 차관, 예산실장, 세제실장 등을 불러 토론을 벌일 것"이라며 "정부와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의원총회을 열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재정부는 당혹스럽다. "시간적으로 부족했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있고, "뭐가 문제냐"며 하소연하는 직원도 있다.
 
재정부 입장에서는 속이 타겠지만 더 큰 문제는 지적된 문제점을 고쳐서 다시 발표해야 한다는데 있다. 올해는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는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발표 횟수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수정안에서도 확실한 대안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재정부는 영원히 '동네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선임 부처의 리더십마저 잃게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무지 고민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곤혹스럽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정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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