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말 장 마감 직전 코스피지수가 53.12포인트 폭락한 '11·11 옵션쇼크' 사태의 책임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1·11 옵션쇼크로 인해 국민은행 등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이치증권 상무 박모씨에게 징역 5년, 도이치증권에 벌금 15억원과 11억8300여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도이치증권과 함께 옵션쇼크 사태를 기획한 도이치은행도 436억9500여만원의 추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 행위는 주식시장 내 수요와 공급에 따른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할 뿐 아니라,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에 투자한 불특정 다수에게 손해를 끼친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경제 질서를 해하는 중대 범죄로서 엄정한 처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은 합계 488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고,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14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며 "불공정거래의 규모가 매우 크고, 특히 특정종목이 아닌 코스피200지수를 시세조종해 '옵션쇼크'라 불릴 만큼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파생상품 거래에서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자본시장 규칙을 위반하고,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며 "범행 직후 책임자들 간 휴대폰 대화 내용과 이메일을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했다는 점 등에서도 불법의 정도와 비난의 가능성 크다"고 덧붙였다.
우선 박 상무에게 재판부는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모든 책임을 공범들에게 전가하며, 자신은 지시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했을 뿐 이 사건 취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계획과 실행을 위한 방법의 결정 등 전반적 과정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고, 피고인는 그들의 지시를 따르되 범죄에 필요한 정보와 편의 등을 제공하는 등 공범들에 비해 가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어 도이치증권에 대해 재판부는 "그동안 도이치증권의 국내 주식차익거래 경험 등에 비춰봤을 때 회사는 임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간 단순한 서면경고조치만 했을 뿐 실질적인 방지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임직원들의 청산 계획을 알았음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회사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 많은 거래행위를 실시간 감시하며 위법 행위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은 규모와 불공정거래 정도 등이 컸던만큼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박 상무 측 변호인은 "항소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 영장은 발부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5년 내내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법정에 출석하는 등 아주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왔다. 1심에서의 방어권과 2심에서의 방어권은 굉장히 질적이나 내용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심리가 오래 진행됐고, 그간 피고인이 법정에 한번도 불출석한 적이 없는 점 등이 인정된다"며 "항소심에서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도 구속 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영장은 발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 상무와 함께 기소된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 겸 전무 O씨와 이사 D씨, L씨 등 외국인 관계자 3명은 여전히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태다. 재판부는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이들이 재판에 불응해 원만한 집행이 안 되고 있다"며 "소재파악을 전제로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아달라"며 검찰에 요청했다.
'옵션쇼크'는 2010년 11월 11일 코스피 지수가 별다른 악재 없이 장 마감 직전 폭락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 11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던 도이치 측 관계자들이 이익 실현을 통한 실적 확대를 위해 옵션만기일 장 마감 직전 주식을 무더기로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 관계자들은 주가 하락치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보고도 늦춘 채 장 마감 직전 10분(오후 2시50분~3시) 동안 보유하고 있던 2조4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7차례에 걸쳐 매도했으며, 이 바람에 코스피지수는 53.12포인트 폭락했다.
이를 통해 도이치은행은 10분 만에 448억원을 벌어들였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손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14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에 검찰은 2011년 8월21일 박 상무를 비롯해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상무 O씨 등 외국인 임직원 3명 등 도이치 관계자 총 4명을 불구속 기소해 박 상무에 징역 7년,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에는 벌금 30억원 등을 구형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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