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펼쳐지는 야권의 재편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인물로 평가받는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 주도권 잡기 경쟁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의 몸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향후 천 의원의 선택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 의원은 21일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서 오는 통합 제안에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천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운영위원회의를 열어 “더민주의 상황을 더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고, 전날 안철수·김한길 의원과의 회동에 대해선 “원론 수준에서는 상호 간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날 더민주를 향해 '친노 패권주의'의 해체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1980년 '국보위' 참여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더민주의 현재 상황은 전반적으로 패권주의가 해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안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두환 국보위에 참여했고, 직전에는 박근혜 정권을 출범시켜 민생파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종인 위원장을 어떤 해명이나 유감 표명도 없이 영입해 제1야당의 비상 대권을 부여하는 것은 미봉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불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도 해결해야 될 과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교체 대상인 호남 현역 의원들이 대거 국민의당에 합류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천 의원은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도 지적했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은 친일·독재세력의 역사인식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 그게 그 당의 정체성의 중심에 있다면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천 의원은 “최근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 해명이나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만들어가는 당이니 좀 더 상황을 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천 의원이 결국 국민의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독자적인 제3당을 만들겠다고 한 천 의원이 더민주로 돌아가 다시 양당 체제의 일원으로 복귀해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현재 국민의당에서 적극 오라고만 하지 뭔가 수용할 자세가 안 된 것 같아 망설이는 것 같다. 그래도 국민의당에 가지 않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중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인물인 더민주의 박영선 의원은 이날 당 잔류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 현재의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온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며 “우리 당의 혁신에도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이날 잔류 선언은 정운찬 전 총리의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것이 됐다. 정 전 총리가 박 의원과 동반 행보를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 천 총리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전 총리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 “만약 정치를 한다면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 전 총리와 최종적으로 (내가 당에 남는 것에 대한) 상의를 했다”며 “정 전 총리의 마지막 과업이 동반성장이라면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 전 총리는 이에 적극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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