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분기에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효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을 결의했다. 이를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가능 주식수도 기존 6000만주에서 3억주로 늘려놓았다. 신주 예정 발행가액은 7700원이다. 납입일은 내년 2월 17일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3월 2일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기존 주주들이 포기한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에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실권이 생길 경우 이 부회장이 최대 3000억원까지 사재를 투입해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유증참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SDI는 실권주가 발생했을 경우, 과도한 규모로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부회장의 참여 표명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뉴스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고사위기에 처한 엔지니어링을 사재를 털어서 회사를 살리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유증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삼성물산이나 삼성중공업과 합병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해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간 합병을 추진하다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탓에 합병을 포기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해도 업황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저유가 등으로 인한 플랜트 발주가 확연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수주 기반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회생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여파 탓에 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내몰린 상태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세계 플랜트시장 위축으로 빠른 영업회복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이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약속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 재무적 안정성은 빠른 회복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주가 예측을 위해선 좀 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재정문제로 플랜트 발주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증 참여에 대해 시장에서는 주주사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
김종훈 기자 f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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