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업인 포스코에 대한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목표이다." 포스코 그룹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던 지난 4월 고위 검찰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러나 11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는 8개월이라는 긴 수사기간에 비해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초기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이 우선 목표였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가 이같이 공언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포스코그룹에 대한 비리 의혹은 그동안 끊이질 않다가 이명박 정부 때 절정을 이뤘다. 포항지역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정권 실세 입김으로 회장 자리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때문에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는 곧 포스코그룹과 그 배경이 된 이명박 정부의 비리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역 중 최고참으로, '특수수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진태 검찰총장에게도 이번 사건의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 한보그룹 정태수회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정재계 거물들을 법정에 세운 인물이다.
그러나 2개월이면 충분할 것이라던 '포스코 정상화'는 검찰 안팎의 전망을 깨고 지지부진했다. 2년 전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아쉽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63)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잇따라 기각되면서 재계까지 나서 비판했다.
그나마 뒤늦게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80·불구속 기소) 전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조사 한 뒤 기소하면서 깎인 체면을 가까스로 세웠다. 소문만 무성하던 정 전 회장의 포스코 회장 취임에 이 전 의원을 비롯해 박영준(56)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것을 사실로 확인한 것도 소득 중 하나다.
그러나 전 정권 비리 고리가 이 전 의원에서 끝났다는 점과 포스코를 사유화해서 돈잔치를 한 정 전 회장과 정 전 부회장 등을 전원 불구속 기소한 것은 검찰로서도 치욕에 가까운 수모다. 정 전 회장이 부실덩어리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배경을 밝혀내지 못한 것 또한 그렇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구속 여부를 두고 수사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범격인 정 전 회장 등을 구속 기소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는 말도 털어놨다. 성진지오텍과 관련해서는 "인수 과정에서 정 전 회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3차장이 11일 서울고검 브리핑룸에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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