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제도 개혁과 위안화 금융허브 정책에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그 핵심인 채권시장 국제화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채권시장 국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다양한 국제 통화를 통한 채권발행의 편의성'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넘어야할 규제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전문투자자 사모시장제도가 정비되면서 아시아 역내 채권발행 표준프로그램(AMBIF) 도입 속도를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마련됐다. AMBIF는 역내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상호 인증을 통해 한 회원국에서 증권발행 신고를 한 경우 다른 회원국에서는 간략한 절차만으로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공통 채권시장' 형성을 지향하는 AMBIF 참여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현재 AMBIF 참여준비가 된 곳은 일본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6개 국가다.
특히 일본 미즈호은행이 최근 AMBIF를 활용해 태국 바트화로 파일럿 채권발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업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표면금리 2.33%에 발행된 3년 만기 채권규모는 총 30억바트(약 1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탄력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한 국제채권시장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다양한 해외 발행자들이 참여해 각종 이종통화로 자유롭게 자금조달과 거래가 가능한 국제채권시장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영문공시 허용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시기준을 마련해 비거주자들도 국내에서 편리하게 원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채권시장 국제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내외 채권발행을 할 때 어떤 통화로든 자유롭게 자금조달과 거래가 가능해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까다로운 절차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외화증권이나 원화증권을 발행할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증권발행 마무리 단계에서도 발행조건과 비용명세서 등 증권발행보고서를 기재부에 제출해야 하고 비거주자의 경우 증권발행 신고 후에도 거래외국환은행을 지정해야 한다. 조달된 자금은 신고된 용도로 밖에 쓸 수 없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상하이에 원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위안화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키로 한 점은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본시장과 외환거래 등과 관련한 제도는 물론 제반 규정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AMBIF 시장의 도입과 채권시장 국제화 핵심이 다양한 통화를 통한 채권발행의 편의성 확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초 채권발행계획에 대한 감독 승인 후 증권신고서가 생략되는 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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