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홀로 총선 향해 달려가는 청와대
2015-11-10 11:04:26 2015-11-10 11:04:26
 국정 교과서 행정 고시 이후 새누리당은 완연히 ‘모드 전환’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좀 엉거주춤한 기미가 있긴 하지만 ‘투트랙’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야 모두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선거구 획정, 공천 룰 등 먼저 처리해야 하는 여러 과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당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서도 공천이라는, 어쩌면 선거보다 더 힘든, 시험을 치러내야 한다.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고개도 많다.
 
그런데 거침없이, 거리낌도 없이 총선을 향해 질주하는 곳이 딱 한군데 있다. 바로 청와대다.
 
통상 총선은 심판선거로 치러진다. 그래서 국정 운영을 총체적으로 심판받는 청와대의 몸이 무겁게 마련이다. 혹여 무슨 실수를 저질러 여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하고 남은 기간이라도 국정운영을 잘해서 티나지 않게 여당을 도울까 머리를 싸매는 것이 통례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는 다르다. 청와대 참모와 각료교체, 심지어 정부 외곽기구나 공기업 사장 교체도 모두 총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은 뒷전이고 선거만 신경 쓴다'는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렇다. 청와대는 선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형국이다.
 
역풍? 상관없다는 자세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오죽하면 저리 애를 쓸까”라는 반응이 나오고 대통령 주위에선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마지막 선거고 박근혜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 ‘경력 관리’를 시킨 사람을 총선에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박 대통령도 같은 마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이런 거다. 다른 대통령들은 청와대나 내각에서 키운 인사들을 험지나 접전지에 보냈다. 김대중, 노무현의 사람들은 주로 수도권이나 영남권에 투입됐다. 실은 생환률도 낮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텃발에 자기 사람들을 보내려 하고 있다. 대구, 경북, 부산, 서울 강남 등. 대통령의 사람들이 텃밭에 집중 투하된다고 해서 얼굴만 바뀔 뿐이지 새누리당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둘째, 주로 초선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 핵심 조원진, 윤상현 의원은 유승민 의원 부친상가에서게 "TK도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만 믿고 중앙 정치에서 별 두각도 내지 못하고 선수만 쌓고 있는 의원들은 바꿔야 한다. 대구의 경우에 다선 의원은 다섯이다.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유승민, 조원진, 서상기, 주호영 넷이 남는다. 그런데 대권주자 반열에도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인 유승민의 목이 제일 위태롭다.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천을 한 초선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당하고 있다. 행정고시 경제관료 출신인 김희국, 류성걸, 김상훈 의원에 이공계 여성 기업인 출신인 권은희 의원 등이 ‘고인 물’로 취급 당하고 있단 말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런데 청와대가 이리 나서는 것이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서라고 생각해 본다면 의문이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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