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2조8000억여원에 품는 빅딜을 단행하면서 이번 인수합병(M&A)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회사 간 시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숙제였던 롯데케미칼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인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삼성SDI를 통해 연간 56만톤의 ABS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ABS의 원재료인 SM(스틸렌모노머)와 BD(부타디엔)를 단순 판매하는 사업에서 벗어나 원재료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다운스트림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프로필렌, SM, BD는 삼성SDI의 EP와 인조대리석에, 삼성정밀화학의 ECH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이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원재료 없이 NCC에 대한 투자만 있었지만 앞으로 NCC와 ECC의 비율이 7대 3 수준으로 다각화되고 총 400만톤 이상 캐파를 보유하게 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고정적인 거래처를 가진 업체를 인수했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나 삼성정밀화학에서 삼성전자에 전량 들어가는 품목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를 납품하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인수 대상 업체에서 이미 승인 받은 게 많기 때문에 초기에 비용 손실 없이 바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 부문에서 ABS·PC·PS를 추가하면서 기존 PE·PP 등의 매출 비중이 90%대에서 70%대로 감소하고, 그 자리를 정밀화학·전자재료 및 기초화학 부문이 채울 전망이다. 이번 인수로 매출액이 21조2000억원으로 증가해 외형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19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케미칼은 전망했다.
과거 호남석유화학, 케이피케미칼 등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온 롯데케미칼의 노하우도 간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처럼 기초공사부터 시작하는 사업의 투자비와 비교할 때 M&A를 통한 성장은 손쉽고 저렴하고 빠르다"고 평가했다.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타이탄(LC Titan)은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75% 증가한 10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3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이 비싸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석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한화에 화학사 등을 팔 당시엔 인수대금을 3년으로 분할하는 조건을 용인하는 등 매각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며 "1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비싸게 준 것 같다는 시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인수가 80점이었다면 롯데의 이번 인수는 60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M&A에서 삼성SDI는 자사의 케미칼 부분을 S케미칼(가칭)로 물적 분할하고, 롯데케미칼은 S케미칼의 지분 90%를 2조3265억원에 인수한다. 또 롯데케미칼은 삼성 관계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13%를 4650억원에 인수한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 롯데케미칼 본사.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