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다. 직장에서 50~55세쯤 퇴직하면 이후 40년의 '인생 2막'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노후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일부 금융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노후준비를 엄청난 수준으로 하지 않으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와 함께 은퇴 후 '행복한 40년'을 위한 3층 전략에 대해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
최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퇴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은퇴시대가 아니라 반퇴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실질 퇴직연령이 평균 53세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세대 중 이미 퇴직을 경험한 55~59년생의 80%가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은퇴의 개념은 무너지고 계속 ‘일자리를 찾고 일을 해야 하는' 반퇴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기대수명이 평균 81.9세로 중대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면 웬만하면 90세 이상까지 살수 있는 시대에서 ‘일’은 100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것이 됐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은 은퇴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연금제도다. 1차대전 이후 미국의 은퇴시스템은 연금제도의 기반 위에 설계되었으며 독일, 스웨덴 역시 연금제도의 정착과 함께 은퇴시스템이 구축됐다.
은퇴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는 연금제도가 잘 정비된 서구사회에서 현재의 직장에서 물러나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연금)이 발생하는 라이프사이클상의 변화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다.
즉,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은퇴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그동안 말해왔던 은퇴는 본인이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 혹은 직업을 그만두는 행위, 즉 퇴직인 것이다. 서구사회처럼 연금과 같은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은퇴는 은퇴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퇴라는 개념도 사실상 없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고령화 사회(65세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인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65세이상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사회)까지 진입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28년 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스피드 고령화 국가에서는 서구식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극소수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9%에 이르고(OECD평균 13%), 노인소득이 전체 평균소득의 62%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서구식 은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대 연금을 모두 가입한 사람이 4%도 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 소장은 이 세가지 연금 중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42%나 되는 나라에서 서양사회의 장미빛 은퇴를 운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내 일'이 '내일'을 만든다
100세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아 보라면 대부분 돈, 건강, 가족, 일, 여가, 관계 등을 꼽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퇴상황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을 하나를 고르라면 돈이 아니라 ‘일’이 되어야 한다고 이 소장은 말한다. 왜냐하면 50대 이후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더 발생하고 그 동안 모아온 은퇴자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므로 재무측면에서 경제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을 지속하면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 더욱 건강해질 수 있고 이른바 집에서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가족간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또 일을 계속하므로 대인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여가생활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100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다.
일의 가치는 정말 크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시대에 월급여 150만원의 일자리는 6억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만약 53세에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일자리에서 10년만 더 일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것이다.
일을 해 번 소득으로 그동안 모아둔 알토란 같은 노후자산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고, 10년간 일을 더 함으로써 국민연금까지 수령이 가능해져 소위 ‘연금크레바스’라는 무소득구간도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함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 가족과의 화목함, 친구들간의 건전한 관계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소장은 "100세시대의 행복키워드는 ‘일’이며 돈이 아니다"라며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일이야말로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내 일’(My work)이 ‘내일’(Tomorrow)을 만든다"고 밝혔다.
3대 연금은 기본…매달 돈 나올 곳 만들어야
모으는 재테크의 핵심이 은행 예·적금과 부동산이었다면 잘 쓰기 위한 재테크의 무기는 연금과 보험이다. 반퇴 30년을 건너가자면 가진 재산을 최대한 가늘고 길게 쪼개 수입이 끊기지 않고 들어오게 만드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3층 연금’으로 부르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반퇴설계의 기본으로 향후 반퇴설계의 핵심은 반퇴 후 30년의 긴 세월 동안 매달 일정액의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즉 매달 고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겨울철의 내복처럼 퇴직 이후 생존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것이다. 적어도 퇴직 5년 전부터는 보험도 리모델링해야 한다. 앞으론 자녀의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의 노후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게 좋다. 그중에서도 70대 이후 병원비 부담을 덜어줄 질병·상해보험은 필수다.
다만 만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현재 가입한 상품의 만기가 언제까지인지 확인해 너무 짧다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 실제 쓴 치료비를 보상해 주는 실손의료보험도 필수품이다. 그러나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여러 개를 가입해도 실제 쓴 치료비만큼만 보상해 주기 때문에 보험료 낭비가 될 수 있다. 퇴직자에게 종신(사망)보험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가족의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용도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퇴직자 입장에선 우선순위가 밀리는 보험이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열린 제4회 해피투모로우에 출연해 반퇴시대 생존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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