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벌 경제력 집중 '이대로 안된다'
내부거래로 사익 편취, 순환출자로 그룹 지배…중기 영역까지 넘봐
2015-11-04 07:00:00 2015-11-04 07:00:00
재벌이 한국경제를 좌우하게 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불었던 경제민주화 바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계가 그간 우리사회에 보여준 모습은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부실경영으로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부터 최근에는 골목상권 침해까지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재벌 3세들의 일탈은 뉴스 메인을 차지한 지 오래다.
 
취재팀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지표를 통해 확인했다.
 
우선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처음 집계한 지난 2010년 이후 점차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는 특정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라는 사회적 지탄을 낳았다.
 
공정위가 올해 8월 낸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결과'를 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두산 등 10대 기업집단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13.2%에서 2014년 14.1%로 0.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내부거래 금액은 108조6000억원에서 142조5000억원으로 33조9000억원 늘어났다.
 
◇2010년 이후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특히 현대차와 SK의 내부거래 정도가 심했다. 현대차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21.1%에서 2014년 18.8%까지 줄었으나, 내부거래 금액은 25조1000억원에서 35조2000억원으로 10조1000억원 많아졌다. 같은 기간 SK의 내부거래 비중은 15.6%에서 28.9%로 껑충 뛰었고, 금액도 17조4000억원에서 40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내부거래는 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끼리 거래하는 것으로, 통상 경쟁입찰 대신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장경제의 근본인 공정거래에 반한다. 더욱이 그 수혜는 해당 업체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총수 일가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SK의 경우 SK C&C가 내부거래를 독차지했다. 양사 모두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높아진 지분가치는 지배력 강화의 수단이 됐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수의계약 건수도 늘었다. 재벌닷컴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가운데 수의계약 체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중은 85.3%에서 92.0%로 4.7%포인트 증가했다. 한진의 수의계약 비중이 57.3% 늘어난 것을 비롯해 한화(19.4% ↑), 현대차(10.0% ↑), SK(7.7% ↑), 롯데(6.0% ↑)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여론의 지탄 속에서도 한진은 올해 5월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조양호 회장 슬하 3남매가 지분 100% 보유)가 대한항공 여객기에 비치되는 잡지의 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 등을 독점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한화 역시 지난달 전산시스템통합 업체 한화S&C(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 보유)가 매출액의 절반을 내부거래로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을 담보한 재벌은 중소기업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고서를 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농·임·어업, 광업, 음식료 제조업, 섬유·의복·피혁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새로 생긴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101곳이나 됐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 영역에서도 재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49개 그룹의 업종별 내부거래는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통합 및 관리업(59.9%), 정보서비스업(56.8%), 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33.5%), 농업(30%), 펄프, 종이 및 종이제품 제조업(26.2%),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25.4%) 등에서 특히 많았다.

비정상적 지배구조는 재벌개혁을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폐해의 핵심이다. 올해 기준 지분율이 0.71%에 불과한 이건희 회장 일가가 자산 302조의 삼성을 지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내부지분율(총수일가·친족, 임원, 계열사 등이 보유한 지분율) 확대를 통한 순환출자다.
 
공정위가 지난 6월 낸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과 소유 지분도' 를 보면, 2015년 4월 기준 30대 기업집단(포스코·KT 제외)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1.60%에 불과했다. 이는 2010년 조사(2.36%) 때보다 0.75%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기업집단의 평균 내부지분율은 54.57%에서 58.94%로 4.40% 증가했다. 10대 기업집단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 내부지분율은 50.48%에서 56.26%로 5.78% 올랐다.
 
개별 기업집단을 보면, 삼성의 내부지분율은 7.1% 증가했고 한진(9.8% ↑), 롯데(3.0% ↑), 현대차(2.3% ↑) 역시 내부지분율이 늘었다. 10위권 밖에서는 신세계(23.8% ↑), 부영(17.9% ↑), OCI(7.7% ↑), 효성(5.9% ↑), LS(4.0% ↑)가 두드러졌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은 그간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순환출자를 형성,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거쳐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 이 또한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총수 일가의 직접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패션부문 합병)를 상장시키고, 또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수순을 밟았다.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총수가 작은 지분을 가지고도 2·3세에게 그룹을 세습하고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일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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