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채권단과 노조가 '임금 동결·파업 금지'를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경영정상화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동의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경영정상화에 대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자구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수용여부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며 경영정상화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며 동의여부를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좀 더 논의 필요" VS 채권단 "대책이 없다"
대우조선 노조는 일단 지난 23일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정부·채권단이 요구한 임금 동결·파업 금지에 대한 동의서 제출을 거절했다.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채권단 면담에서 구체적인 인력감축 규모 등을 담은 자구안 공개를 요구했고, 이번주 중 사측으로부터 이를 넘겨받아 동의서 제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조현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23일 채권단 면담 후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채권단 측에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노조에) 제시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받은 뒤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살려야한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만큼 좀더 고민하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구계획을 먼저 파악한 후 동의서 제출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면담 직후 사측에 자구안 공개를 요구했고, 다음 주중 이를 넘겨받아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채권단은 곧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발빠른 노조의 자구안 동의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달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계약을 해지한 데다 국제유가 하락세도 지속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곧 불어닥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대책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구안 검토를 얘기할 입장도 아니고, 수용 여부를 따져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당장 다음달, 회사채 3000억 막아야…유동성 위기 직면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4조원대 긴급자금 지원에 앞서 임금 동결과 파업 금지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자구계획 동의서 제출'이라는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향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노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며 노조를 코너로 몰고 있는 이유는 실사 결과 부실 규모가 당초 예상을 웃도는 등 재무상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은 상반기 3조2000억원, 하반기 2조1000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하며 올 한해에만 총 5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올해 말 40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와 선박 건조 원가 상승, 계약 취소 등이 부실을 키운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노조의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2000년 이후 2조4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도 4조원대의 자금을 추가 지원해야 하는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지난 8월 이후 임원 수를 55명에서 42명으로 줄이고, 임원 급여 일부를 반납토록 했다. 이 달에는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1300명 가운데 300∼400명을 감축하기 위해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산 매각에도 나선 상황이다. 골프장 매각(써닝포인트컨트리클럽)은 막바지 단계이고, 화인베스틸과 대우정보시스템 등 보유주식은 정리를 진행 중이다. 서울 당산 사옥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청계천 본사 사옥은 매각 후 재임대해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채권단과 노조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은 당장 다음 달부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11월 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3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연내 만기 채무 규모는 1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2000억원을 상환하고, 현재 1조원이 남은 상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다음 달에 선박 인도 대금이 들어와 회사채는 가까스로 막을 수 있지만, 직원 급여는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분식회계 혐의가 짙다고 보고,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분식회계 의혹을 잠재울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 감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그동안 부실 공개를 미뤄오다 올해 재무제표에 집중 반영한 게 타당한지를 따져본 뒤 감리 실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2도크 내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번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지윤·남궁민관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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