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태양광 시장은 활활 타오르는 중…한화·OCI 부진, 공급과잉이 원인"
"태양광발전 부문, 시장 가격 주도…폴리실리콘 가격, 2020년까지 30%까지 하락"
"LG전자, 마케팅·애프터서비스 강점…한화·OCI 전망 어두워"
2015-10-21 06:00:00 2015-10-21 06:00:00
"태양광 업황이 침체돼 있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제조업체가 부진한 성적을 내는 것과 업황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 모듈 업체들이 최근 2~3년간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은 공급과잉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LG화학에서 연료전지를, SK E&S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한 데 이어 지난 2009년 수출입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태양광 산업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강 박사가 수은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인 지난 2010년 정점을 찍고, 그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이 쇠퇴일로를 걷게 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태양광 전문가들도 소리 소문 없이 종적을 감춰버렸다.
 
강 박사는 국내 태양광 분야에 남은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산증인인 셈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강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세계 태양광 시장의 현황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태양광 시장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태양광 산업의 성장성은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전망이 밝다"면서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는 올해와 내년에 직전 년도 대비 각각 20%,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 간 태양광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공급과잉에 기인한 것이지 태양광 업황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 태양광발전산업협회(EPIA)와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 규모는 지난 2012년 30기가와트(GW)로, 전년(30.3GW) 수준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5GW 이상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태양광발전 설치 규모가 지난해 대비 21% 증가한 5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기 침체로 여타 제조업 분야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태양광산업은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수출입은행
 
태양광 시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설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강 선임연구위원은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시장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0년 독일 큐셀과 중국 선텍 등 대형 업체들이 쓰러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한 차례 더 구조조정을 거쳐야 업계에 만연한 공급과잉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옥석 가리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급과잉의 순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과잉은 판가 인하를 야기해 수익성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각 기업들이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 등 자구책 마련함으로써 저변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면서 태양광 산업이 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초소재와 태양광발전 등 전 분야에 걸쳐 판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도 용이해지고 있다"며 "중국이 공급과잉을 유발한 것은 맞지만, 전기요금을 낮추고 나아가 태양광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태양광 업계에서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가는 분위기와 사뭇 다른 시각이다.
 
태양광발전 가치사슬 내 역학 관계도 수익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태양광산업의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태양광발전' 등으로 구성되며 2012년까지는 주로 태양전지와 모듈 제조 기업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제조업체가 난립한 틈을 타 발전사업자들이 가격 인하를 압박한 탓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기초소재 부문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 제조사도 고전하고 있다. 후방산업 역시 공급과잉 상태에 놓이면서 가격 인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결국 태양광발전업체들이 바잉파워(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호황기임에도 제조업체 전반이 부진을 겪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전력요금에 따라) 발전사업자들이 가져가는 이윤이 정해져 있다보니 제조업체가 확보할 마진 자체가 높지 않은 실정"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나서기보다 발전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태양광 기업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으로 평가받는 한화큐셀과 OCI를 제치고 LG전자를 지목했다.
 
그는 태양광사업이 주력이 아닌 전자기업에 후한 점수를 준 것에 대해 "태양광발전이 가전제품화 되면 결국 TV처럼 브랜드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LG전자의 사업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에는 가정용 태양광발전 시장이 커지면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자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렸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용이해 마케팅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강 선임연구위원은 주목했다.
 
반면 한화큐셀과 OCI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그는 "OCI는 이미 원가절감을 많이 한 상태기 때문에 관련 비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폴리실리콘 구매자들이 공급가격을 낮추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어 2020년까지 20~30% 정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수직계열화 전략에 대해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폴리실리콘에서 발전사업까지 아우르는 태양광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문제는 발전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제조 부문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각 사업부문별로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가지면 수익률이 극대화될 수 있지만, 한 곳에서 부진할 경우 다음 단계의 사업부문에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는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태양광발전 사업의 역량을 키우는 게 수직계열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태양광기업을 육성할 방안으로 국가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담하는 개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태양광발전소 관련 프로젝트 참여 경험이 적은 탓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지원을 꺼리게 되고,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라면서 "개발기구가 나서게 되면 해외 업체들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 힘이 실리게 되고, 수주에 따른 금융지원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기업의 경우 개발기구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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