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골든타임 지나갈라…석화업계 불붙는 구조개혁 논의
"덩치 큰 기업 나와야 규모의 경제 실현…방법론은 업계 자율로"
2015-10-18 19:10:57 2015-10-18 19:10:57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중국발 공급과잉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 구조조정 논의가 불붙고 있다. 정부가 업계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재계에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저마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회 화학경제연구원 석유화학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산업에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용 한화케미칼 상무는 "단기성 이슈로 화학업계에 이익이 나는 것 같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운영효율을 최적화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합리화하지 않으면 중국과 중동에 뒤쳐져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어 업계 M&A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지난해 한화가 삼성의 유화사를 인수한 것은 기존 유화시장에서 마켓 리더십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유분을 활용해 시너지를 일으키고 원료를 다양화하는 등 강점이 있기 때문에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사업까지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지적하며 "지난해 삼성이 화학업체를 한화에 넘긴 것 처럼 M&A를 통해 덩치 큰 기업이 나와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 연구위원은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등 국내 상위기업들도 시노펙, 엑슨모빌, 다우케미칼 등 글로벌 메이저들과는 생산 규모 차이가 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실기업의 사후적 정리제도 외에도 우량기업의 사전적·자발적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기업의 사업제편에 필요한 지원을 한데 끌어 모은 패키지형 지원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감하고 신속한 M&A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원샷법은 과잉 공급 업종의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재편 시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금융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정부가 주문한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정부 강제가 아닌 기업 간 자율적인 협의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라 고순도테레프탈산(TPA) 시장의 업황이 악화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총론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업체별 강·약점이 다른 만큼 관련 사업 구조조정의 주체와 방법,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정부는 지원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와 효성이 한화에 PTA사업을 매각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협의된 적도 없고 간단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달 2일 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화학업종은 그냥 두면 공멸할 수밖에 없고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며 "구조조정 방향은 전문화와 대형화로 구체적 방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TPA는 몇 년 사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중국이 지난 2012년에만 총 1200만톤 규모의 TPA 증설에 뛰어들면서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등의 PTA 업체까지 극심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 2011년 653만톤에 달하던 중국의 PTA 수입량은 지난해 116만톤으로 무려 82% 급감했다. 수입의존도도 같은 기간 27%에서 3%로 추락했다. PTA 전문기업인 한화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41억원, 삼남석유화학은 7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마저 PTA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대체시장으로 여겨지던 인도까지 자체 물량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경선 화학경제연구원 상무는 "일본은 정유·화학을 철수하고 에너지·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했고 유럽은 나프타 크래커(NCC)를 폐쇄하고 에탄 크래커에 투자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은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이며 업스트림을 리셋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예견된 공급과잉 문제가 현재 이미 심각해진 상황에서 구조조정 논의는 늦었다는 회의론까지 제기하는 가운데, 물밑이나 수면 위로 업계간 구조조정 논의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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