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중·일 정상회담과 위안부 해법
동북아 세력균형적 대립 구도, ‘네트워크형 협력체제’로 바꿔야
2015-10-18 10:28:05 2015-10-18 13:50:31
한·중·일 공동의 기억을 둘러싼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중국 사이의 갈등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수요집회가 지난 14일 1200회를 맞았다. 무려 24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일 수교 50년 가운데 절반 가까운 세월 동안 위안부 문제로 갈등해온 것이다.
 
최근 중국이 난징 대학살과 관련된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자 일본 정부는 정치적인 이용을 비난하며 유네스코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유네스코 협박에 충격을 감출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일간에는 위안부 해법, 중·일간에는 난징 대학살의 진상을 둘러싸고 기억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명백한 증거와 자료를 들이대도 아베 정권은 위안부 강제 연행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난징기념관에 30만명이 학살된 것으로 적고 있지만, 일본은 2만~4만명이 학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징 대학살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를 대일 압박카드로 치부하거나, 위안부 강제 연행 자체를 부인하는 아베 정권에 큰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중·일 갈등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차 대전 당시 일본 전범들의 죄를 물은 도쿄 재판으로 귀결된다. 재판에서 일본의 대륙 침략과 식민 통치로 발생한 중국과 한국의 엄청난 피해는 부각되지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실태를 알고 있었지만, 재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독일 나치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은 평화와 인도주의를 훼손한 범죄를 분명히 단죄했지만, 도쿄 재판은 난징 대학살 등 잔혹한 전쟁 범죄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전후 70년 지난 오늘날 아베 정권과 일본 우파는 도쿄 재판 결과에 의문을 표하거나 전쟁 책임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전후 체제의 탈피라는 명목 하에 평화헌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옛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 통치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거듭하고 있다.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회의에서 식민 통치에 대한 사죄와 보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되었다. 식민주의는 21세기가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천명한 ‘더반 선언’이 나왔다. 리비아와 이탈리아, 케냐와 영국,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사이에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민·형사상 청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1998년 독일 사민당 정권과 독일 기업은 2차 대전 당시 외국인 강제노역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당시 강제노역자들을 고용했던 기업들과 함께 100억마르크에 달하는 기금을 마련해 ‘기억·책임·미래를 위한 재단’(EVZ)을 설립했다. 2004년 독일 정부는 1904~1908년에 걸친 나미비아 잔학 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2008년 이탈리아도 리비아 식민 통치에 대한 사죄와 화해를 약속하고, 5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협력을 추진했다.
 
역사전쟁의 와중에서도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에 친서를 보내는 등의 행동을 통해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과 동시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갈등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중·일이 대화테이블에 일단 앉고 보자는 심리는 강하다. 11월 초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서울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한·일 및 중·일, 한·중 정상회담도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연설을 통해 가시화된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위안부 문제의 해법이다. 한·일 정상간에 진전된 위안부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보상, 한국의 기억과 위로, 지원이 결합된 방안이 바람직하다.
 
만일 위안부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정상회담이 종료된다면, 양국 외교에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위안부 해법을 도출해 내고, 한·중·일 대화,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6자회담을 추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적 대립구도를, 한·중·일 대화, 한·미·일 협력, 6자회담 등 ‘네트워크형 협력체제’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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