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심화로 20대의 '생계형 창업'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창업 증가는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긍정적 지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전국 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 수는 8만3230개로 전년 대비 1만5865개(2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경기 회복에 따른 청년 '창업붐'이 아니었다. 늘어난 1만5865개의 사업체 중 대부분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업종에 집중됐다.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심화되자 창업으로 눈을 돌린 청년이 많아진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늘어난 1만5800개의 사업체 중 도소매업이 4700개, 음식점업이 5600개 정도로 전체의 65% 가량을 차지한다"며 "음식점, 커피전문점, 옷가게, 편의점 등 전문성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일반업종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의 영향으로 30대와 10대의 창업도 늘었다. 3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46만9686개로 전년 대비 2만8793개(6.5%), 1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269개로 전년 대비 66개(32.5%)씩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시장 진입으로 60대 이상의 창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60대 이상이 대표자인 사업체는 70만1319개로 전년 대비 7만3971개(11.8%)나 증가했다. 100세 시대, 불안한 노후에 대한 걱정의 징후로도 읽힌다.
지난해 전체 사업체 수 증가분(14만390개) 중 절반 이상(52.7%)은 60대 이상의 창업이었다.
반면 4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115만1633개로 8701개(0.8%) 늘었고, 5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141만1129개로 1만2994개(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은퇴해도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 60대 이상의 창업이 늘어났고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인구가 늘어나는 영향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년층과 노년층의 창업 급증세는 양날의 칼이다. 기회와 위기 요인이 공존한다는 얘기인데 현재 경제상황과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술창업보단 생계형 창업에 일정 부분 몰리는 경향이 읽히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옷가게 등 도·소매업이나 음식·카페 등 숙박·음식점업에서 사업체 수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 분야는 지금도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흔히 창업을 ‘혁신’과 ‘모험’이라는 벤처정신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사회의 창업문화는 당장 먹고 살 문제로 고민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데뷔 무대 '디데이(D.DAY)'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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